'자바' 'HTML' '핫도그'등 인터넷 언어 세계어로 자리매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한글과컴퓨터사 인터넷 응용팀 오봉호 (吳鳳虎.33) 차장은 뜨거웠던 올 여름을 '자바 (Java)' 와 함께 지내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유명한 커피 원산지 자바. 여기에서 생산되는 '자바커피' 는 뛰어난 향기와 맛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커피의 황제로 불리는 브랜드다.

그러나 아무리 향기와 맛이 좋다지만 아스팔트조차 녹일 것 같던 이 뜨거운 여름을 뜨거운 커피와 함께 났다니….

아직 더위가 채 가시지는 않았지만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요즘 이해가 안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 건 오해다.

오차장이 올 여름 땀 뻘뻘 흘리며 전념한 대상은 미국 선마이크로시스템즈가 개발한 인터넷 프로그래밍언어 '자바' 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문서양식.설계프로그램인 '한틀마름이' 를 자바버전으로 개발한데 이어 최근에는 회사의 대표적인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인 글의 자바판 개발에 한증막 더위도 잊고 매달리고 있다.

"프로그램이 자바언어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앞으로는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대학생 김종호 (金鍾昊.25) 씨의 올 여름 목표는 인터넷 홈페이지 갖기. 그래서 여름내내 요즘 그의 머리 속은 'HTML (Hyper Text Markup Language)' 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HTML로 인터넷 문서를 만들고 홈페이지 화면을 디자인했다.

개강을 열흘가량 남긴 지금 그의 홈페이지도 절반의 얼굴을 갖추고 마무리단장에 들어갔다.

그는 나머지 기간동안에는 핫도그 (HotDog) 와 함께할 계획이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갑자기 웬 침넘어가는 핫도그냐고. 그의 핫도그는 침 꿀꺽 간식이 아니라 인터넷 저작도구. 그는 홈페이지 절반의 얼굴을 핫도그로 그려낼 작정이다.

'자바.HTML.핫도그…' 세계 언어학자들은 이 이름을 접하면서 앞으로 생각을 좀 바꿔야할지 모른다.

현재 세계에서 널리 통용되는 언어는 영어.불어.스페인어.독어.일어등. 여기에 만국 공용어라 할 수 있는 에스페란토어도 있다.

하지만 이 대열에 앞으로는 '인터넷 언어' 를 추가, 세계 공용어 개념을 넓혀야할 시대가 올 전망이다.

물론 우리가 말하고 읽고 쓰는 '자연어' 와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든다거나 프로그램을 짜는 '컴퓨터용 언어' 는 근본적으로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인터넷시대를 맞아 인터넷 언어가 그만큼 보편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세계 인터넷 이용 인구는 1억2천만명. 이들은 단순히 인터넷을 활용하고 즐기는 네티즌에서부터 인터넷으로 사업을 일으킨 사업가,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는 학생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인터넷 언어' 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필요성에 고개를 끄덕이는 교집합안에 들어있다는 점. 인터넷 언어로 프로그램을 짤 정도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이들 언어의 의미를 모르고서는 자격을 갖춘 '네티즌' 이라고 내세울 수 없다는게 요즘 현실이다.

때문에 많은 네티즌들은 전문언어인 자바는 아니더라도 HTML이나 핫도그등의 저작언어.도구등은 직접 쓸 줄 알아야 멋쟁이 네티즌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이처럼 인터넷 언어가 만국 공용어화 하면서 현대인들은 또 하나의 짐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

바로 '컴맹' 스트레스에 이어 '프로그램맹 (盲)' 공포에 시달린다는 것. 가뜩이나 시대에 뒤쳐진다고 주눅들어 있는 컴맹들에게 자바.HTML 같은 말은 알쏭달쏭한 차원을 넘어 공포의 대상이다.

여기에다 VRML (Virtual Reality Modeling Language).핫도그 (Hot Dog).홈사이트 (Home Site) 등은 또 뭐람. 최근 굳게 결심하고 컴맹 탈출에 나선 모 회사 간부급인 文모 (58) 씨의 한탄. "컴맹도 서러운데 도대체 자바니 HTML이니 사이버 스페이스 세상이 멀게만 느껴지네요" 그러나 두려워하지만 말자. 전문가는 못되더라도 남들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만되도 '세계네티즌' 으로 행세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래서 인터넷 언어에 대한 이해는 현대인의 '필수과목' 인 셈이다.

김종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