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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재계새별]19. 진도그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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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모피 옷의 한자락을 벗는 대신 그린 (환경) 산업을 키워 21세기를 준비한다' 모피와 컨테이너 업체로 잘 알려진 진도그룹이 최근 그룹의 사업구조를 새로 짜며 세운 전략이다.

진도는 모피와 컨테이너 생산량이 모두 세계 1위인 업체다.

컨테이너는 세계 물동량의 25%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비록 자산순위로는 국내 50대그룹에도 들지못하지만 한 업종에서도 이뤄내기 어려운 '세계1위' 를 진도는 2개 업종에서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진도는 그러나 최근 그룹의 무게중심을 환경산업으로 옮기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다.

모피사업은 동물애호가의 국제적인 반발등에 부닥쳐 있고, 컨테이너도 인건비가 싼 중국의 추격을 받는등 그늘이 생겼기 때문. 그룹의 모회사인 진도는 요즘 9월부터 가동예정인 시화공단내 산업폐기물 처리장의 마무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매출목표 1조2천억 1만평 규모로 하루 2백t이상의 처리능력을 갖춘 이 처리장은 95년부터 모두 5백억원의 사업비를 들인 것이다.

진도는 이미 지난해 1백20억원을 들여 하루 60t의 산업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구미 사업장을 건설해 가동중이다.

이때문에 한때 증권가에서 "진도그룹이 환경산업에 무리하게 돈을 쏟아부어 자금사정이 나쁘다" 는 루머가 나돌기도 했다.

진도의 박민우 (朴民雨) 자금담당 이사는 "당시 루머임이 곧 확인됐고 8월들어 주가도 제자리를 찾았다" 며 "매출의 70%가 수출이어서 전체적인 자금흐름이 좋기 때문에 위기감은 없다" 고 말했다.

그룹의 지난해말 부채비율은 상장사 평균 2백67.3%를 웃도는 4백17%이나 빚 3천42억원 가운데 종금사 대출은 15%인 4백억원이며, 은행차입금이 대부분이어서 부채구조는 양호하다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진도그룹은 신규투자의 속도를 다소 늦추고 12개 계열사 가운데 2~3개를 통합, 몸집을 줄이는 등의 자구노력도 추진중이다.

㈜진도등 진도그룹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5백억원. 이가운데 컨테이너가 50%, 모피를 포함한 의류 매출이 30%이며 환경과 건설사업의 비율이 15%를 차지했다.

그룹측은 올해는 매출액 목표치 1조2천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며 시화 처리장등 가동으로 환경부문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91년부터 환경산업을 준비해온 진도는 내년부터 연간 10만t의 폐기물을 처리하고 2천년에는 환경분야 매출 2천억을 달성한다는 목표이다.

김영진 (金永進) ㈜진도 사장은 "환경사업은 지구를 보존한다는 명분도 있는 만큼 마지막 승부처로 모든 것을 걸었다" 고 말한다.

金사장은 "환경플랜트 건설과 운영기술을 갖춰 종합환경산업의 하드웨어 (종합건설) 와 소프트웨어 (진도 환경사업부) 를 모두 확보하고 있는 셈" 이라고 말했다.

진도그룹의 역사는 현 (現) 김영원 (金永元) 회장 (63) 의 선친인 김성식 (金聖植) 씨가 '평양 고등자동차강습소' 를 설립한 193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金씨는 한국전쟁후 서울에서 국내 처음으로 개폐식 청소차등을 생산하는 '한국엔진공업' 을 설립했다.

이 회사를 운영하던중 미 8군 병기보급창으로부터 모피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게 돼 토끼털 조각을 수입해 원단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金씨는 69년 '국제보세' 를 설립, 본격적으로 모피의류사업을 벌여 밍크등 고급모피제품을 개발해 미.일 시장에 수출했다.

모피가 전세계로 한창 팔려 나갈때는 미국의 월스트릿저널지 등으로부터 '햄버거를 팔듯 밍크코트를 파는 모피계의 맥도널드' '세계 여성 10명중 1명에 진도 모피를 입힌다' '한국에 가면 진도를 찾아야' 라는 등 찬사를 받기도 했다.

모피판매의 호조에 힘입어 76년 한국금형공업사를 인수, 진도산업을 설립하고 컨테이너 생산에 나서 수출에 박차를 가했다.

진도는 80년대들어 세계경기가 침체되면서 컨테이너 공급이 넘치자 부가가치가 높은 알루미늄 컨테이너등 신제품 개발에 나섰다.

또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92년 중국 광저우 (廣州) 공장을 시작으로 상하이 (上海) , 칭다오 (靑島) 등에 5개의 공장을 세웠다.

진도는 컨테이너와 모피 수출로 81년 5천만불 수출탑을 수상하고 82년에는 1억불, 95년에는 5억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진도그룹은 창업자인 金성식씨가 타계한 81년부터 장남인 영원 (永元) 씨가 회장을, 차남인 영철 (永喆) 씨가 부회장을 맡는등 5형제가 이끌고 있다.

중대결정은 5형제 함께 3남 영진 (永進) 씨는 컨테이너.의류.환경사업을 맡는㈜진도를, 4남 영도 (永道) 씨는 의류.피혁.철강사업을 하는 진도물산, 막내 영기 (永基) 씨는 건설회사인 진도산업개발을 나눠 맡고 있다.

진도그룹은 그룹기조실이나 회장 비서실등 총괄 기능을 맡은 조직이 전혀 없이 형제들이 각자 맡은 분야를 책임지고 경영하는 것이 특징. 그룹 총괄기능은 그룹 사보 발간과 ㈜진도가 중심이 된 계열사 자금지원에 그치는 정도다.

그러나 5형제는 그룹의 중대한 결정을 할 때에는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숙의할 정도로 형제 사이에 틈이 없다고 그룹 관계자들은 전했다.

진도그룹의 이름은 '국제보세' 를 '진도' 로 바꾸면서 국제보세를 키운 3남 영진의 진 (進) 자와 4남 영도의 도 (道) 자를 따 만들었다는 것. 金회장은 계열사 실무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고 대외적인 그룹이미지 관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는 젊은 사원들에게 "멀리 보고 차분히 준비하는 자세" 를 늘 강조한다.

金영철 부회장은 에스콰이어등 4개의 잡지를 발간하는 가야미디어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金부회장은 83년 영국에서 스포츠카 업체 팬더카를 인수해 경영하기도 했었다.

金영진 사장은 소탈한 성격에 일벌레라는 평을 받고 있다.

金사장은 형식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해 ㈜진도의 사무실에는 사훈 하나 걸려 있지 않으며 사장실에는 응접테이블 조차 없을 정도이다.

金사장은 정부.정치권 등과의 대외접촉은 가급적 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金영도 사장은 현장 위주의 운영을 하고 있는 영업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접시닦기 아르바이트를 하며 유학을 한 경험등으로 근검정신이 몸에 배어있다.

낮은 이익률 개선 과제

막내인 金영기 진도산업개발 사장은 ㈜진도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독립했다.

진도종합건설을 맡고 있는 김동성 (金東成) 사장은 대호건설.경남기업을 거쳐 두진종합건설 대표이사로 재직하던중 스카웃된 건설부문의 베테랑이다.

㈜진도의 배원학 (裵元鶴) 부사장은 73년 대학을 졸업하고 신입사원으로 입사, 영국 지사와 수출사업본부장을 거쳐 현재 의류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의류전문가다.

진도그룹은 지난해 매출액이 1조원이 넘으면서도 순이익은 1백2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이익률이 낮은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진도는 이때문에 수익률이 높은 환경사업에 주력하고 있으나 환경사업의 성격이 기존의 모피.컨테이너 제조와는 판이해 관심이다.

이에대해 그룹관계자들은 "모피나 컨테이너도 맨바닥에서 시작해 세계 1위 업체로 끌어올린 만큼 환경사업을 최고로 끌어올린다는 사기도 높다" 고 주장하고 있다.

이영렬 기자 <다음은 산내들 그룹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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