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살았던 동네에 추모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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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경북 군위군이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추모공원 조성에 나선다. 군위군은 김 추기경이 어릴 적에 살았던 군위읍 용대리 일대 6만6000㎡(2만 평)에 5년간 300억원을 들여 추모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공원에는 기념관을 비롯해 동상·추모비·성모동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용대리에는 김 추기경이 4살 무렵부터 8년 동안 살던 집이 남아 있다. 허물어져 농기구 창고로 사용하던 것을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사들여 2006년 본래 모습대로 복원했다. 방 두 칸에 부엌이 딸린 43㎡(13평)쯤 되는 초가집이다.

김 추기경은 10여 년 전쯤 동화작가 정채봉씨 등과 같이 이 집을 찾아 유년시절을 회상하며 보통학교 시절의 친구를 만났다. 김 추기경이 선종했을 때는 이 집에도 빈소가 차려져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군위군이 매입하기로 한 부지 6만6000여㎡ 가운데 집 부지 일대와 폐교된 용대초교 부지 등 1만9800㎡(6000평)는 천주교가 이미 매입해 놓은 상태다.

군위군 새마을과 조근제(53) 과장은 “아직 천주교 측에 군 계획을 알리지 않았지만 김 추기경의 검소했던 삶의 의미가 왜곡되지 않도록 공원 규모·시설을 천주교 측과 협의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수환 추기경 장례위원회의 홍보 담당 허영엽 신부는 “김 추기경은 평소 당신의 이름으로 건물을 짓거나 이름을 붙이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런 뜻을 살려 큰 건물을 건립하는 것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 이런 교구의 뜻과 상관없이 개인이나 단체가 (신축) 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대구=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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