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 미·일 신안보지침 21세기 아시아평화에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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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올 가을 미.일 양국의 안보협력관계는 지난 1950년 한국전쟁 이래 가장 어려운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양국의 신안보협력지침 (가이드라인) 이 다음달 하순 발표되면 일본 의회는 일본 영토 밖에서 군사력 사용을 허용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또 일본 정부는 일본열도에 대한 대륙간 탄도탄 공격을 막기 위해 미국이 제안한 '전역 (全域) 미사일방어체제 (TMD)' 에 참여할지를 결정해야만 한다.

이 문제가 제대로 처리되지 못할 경우, 특히 일본이 아시아의 평화유지책임을 방기하는 경우 미.일간 안보관계는 급격히 쇠퇴하게 될 것이다.

냉전시대 맺어진 현재의 미.일 안보동맹만으로는 아시아에서 예상되는 전쟁에 대처하기는 커녕 평화를 유지하는 것조차 감당하기 어렵다.

예컨대 한반도나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날 경우 현재의 동맹관계만으로는 미국이 일본에 의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같은 상황은 일본이 아시아에 걸린 경제적.외교적 이익이 막대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오키나와 주둔 미군 병사들의 일본 소녀 강간사건을 계기로 일본이 주일미군의 감축을 요구한 점은 양국의 동맹관계가 돌발적 사건에 의해 언제라도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미.일 관계에서 이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또 일본은 여기에 미국보다 더 많은 책임을 느껴야만 한다.

새 안보협력지침은 아시아의 주요 분쟁에서 미군의 지원을 받는 일본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예컨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일본 군인들은 직접 전투를 하지는 않지만 군수지원이나 항로 보호, 지뢰제거, 미군병력 또는 난민 수송등 위험한 일을 해야만 한다.

만일 일본 의회가 새 안보협력지침의 이같은 점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할 경우 미국은 강력히 항의해야 한다.

또 일본정부는 안보비용 부담문제를 심각히 검토해야 한다.

주일미군 주둔비용으로 일본이 매년 50억달러를 부담하도록 돼 있는 현재의 합의는 오는 2001년에 시효가 끝난다.

21세기에 일본은 주일미군의 장비와 봉급을 제외한 주둔비와 작전비를 전액 부담해야만 한다.

그밖에 미사일방어체제의 개발비를 미국과 공동부담하고 있는 일본은 방어체제가 완성될 경우 생산비를 낮추기 위해 반드시 이를 구매해야 한다.

미.일 안보협력관계는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아시아에 걸린 미국의 이익에 대단히 중요하다.

따라서 위기가 발생하자마자 협력관계가 약화되거나 해체되도록 방치해서는 절대 안된다.

*필자들은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으로 '미.일 안보협력의 미래' 연구그룹을 이끌었음.

정리 = 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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