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익제씨 월북 여야 공방…신한국당 "DJ주변 의혹" 국민회의 "국정조사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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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익제 (吳益濟) 씨 월북문제에 대한 여야 대결이 가열되고 있다.

국면전환을 위한 호재로 여기는 신한국당은 연일 색깔론을 내세우며 강공을 펴고 있고 야당은 '역 (逆) 색깔론' 으로 바람을 차단, 조기진화에 애쓰는 모습이다.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총재에 대해 "주변이 의심스럽다" 고 공격한 신한국당은 18일에는 아예 金총재와 북한 사이에 무슨 끈이 연결돼 있는 것처럼 단정하고 나섰다.

이회창 (李會昌) 대표도 "그만한 사회적 위치에 있는 사람이 월북한 것은 문제있는 행동" 이라며 정치쟁점화를 부추겼다.

대변인단의 공격은 더욱 거칠었다.

"金총재는 주변의 깊고도 오랜 '북한 커넥션' 을 더이상 숨기지 말고 전말을 공개해야 한다" "金총재는 왜 주위에서 월북자가 자주 나오고 사상관련 의혹이 끊이지 않는지 밝히고 대오각성해야 한다" 고 공격했다.

안기부차장 출신인 정형근 (鄭亨根) 정세분석위원장은 "吳씨가 평소 친북성향을 보였던 것으로 아는데 吳씨 월북이 황장엽 (黃長燁) 씨와 관계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엄청난 태풍이 일것" 이라고 내다봤다.

일부에선 김대중총재와 吳씨가 긴밀한 관계였다는등의 말도 흘리면서 이를 확대재생산 하려는 의도를 내비쳤다.

그러나 국민회의는 "이번 만큼은 색깔시비로 확전되는 것을 그냥 두고 보지 않겠다" 며 반격하고 있다.

'색깔론' 에는 '역 색깔론' 으로, 정부에 대해서는 안보허점을 드러낸 책임을 추궁해 일전 (一戰) 을 불사할 태세다.

오전의 간부회의에서는 이 문제를 중대한 국가안보사건으로 규정, 국정조사를 주장했다.

정치쟁점화를 막고 안보문제로 부각하려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요주의인물이 국가정보망을 뚫고 미국과 베이징 (北京) 을 거쳐 북으로 들어갈 때까지 안보기관은 무얼 하고 있었느냐" "정부로부터 거마비를 받는 평통 상임위원인 吳씨가 공산주의자라면 정부는 공산주의자를 지원한 것이냐" 며 맹공을 퍼부었다.

정동영 (鄭東泳) 대변인은 "병역정국 회피를 위한 정치적 악용" 이라고 재차 목청을 높였고 이종찬 (李鍾贊) 부총재는 이선실 (북한노동당비서로 남파간첩) 사건등을 예로 들며 "미심쩍은 사람은 오히려 여당과 대통령 주변에 더 많다" 고 역공을 취하며 황장엽리스트의 즉각 공개를 촉구했다.

한편 안택수 (安澤秀) 자민련 대변인은 "우리 당이 정확하게 어느 한쪽으로만 설 수는 없다" 는 모호한 표현으로 분위기를 전달했다.

다만 "정부당국은 전혀 사전예방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뭘 했느냐" "吳씨가 국민회의 고문이었다는 이유로 신한국당이 이를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며 정치쟁점화 차단에 목소리를 같이했다.

이상일.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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