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통미봉남 우려 불식시킨 클린턴 방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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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미국의 신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북한이 한국과 미국 사이에 틈새를 벌려볼 생각이었다면 하루빨리 단념하는 것이 좋겠다. 취임 후 첫 해외순방지 중 하나로 서울을 다녀간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남한을 배제하고 미국과 통하는 이른바 ‘통미봉남’은 헛된 꿈이니 어서 깨라는 명쾌한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어제 한·미 외교장관 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북한은 한국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한국을 비난함으로써 미국과 다른 형태의 관계를 얻을 수 없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한·미 간 대북(對北) 공조 전선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과시한 것은 클린턴 방한의 최대 성과라고 본다.

두 나라 장관은 북한이 남북대화를 거부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을 저해하는 행위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특히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움직임과 관련, 클린턴 장관은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를 내세워 탄도미사일 발사 중단을 촉구하면서 “우리가 북한 정부에 요청하는 것은 도발적이고 도움이 안 되는 언행을 중단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가 한목소리로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강력한 경고음을 냄으로써 한반도 안보 불안 해소에 기여한 것도 중요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한·미 외교장관이 “여하한 경우에도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할 수 없다”고 천명한 것 또한 평가할 만하다. 북한의 핵 보유를 미국이 사실상 인정한 게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6자회담을 통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원칙을 확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양국은 한·미동맹을 글로벌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기존의 방침과 함께 금융위기와 기후변화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공조 의지도 다짐했다. 아프가니스탄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에 관해 원론적 수준의 논의에 그친 것은 현재로선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클린턴 장관의 방한에서 재확인한 철저한 한·미 공조의 원칙 아래 구체적 사안별로 문제를 조율하고 풀어나가는 것은 양국 외교 실무진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