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 평화정착 4원칙 제시의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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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은 올해 8.15 경축사에서 새로운 대북 (對北) 제의를 하지 않았다.

이날 언급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4원칙은 기존 우리의 대북.통일정책을 정리한 것이다.

기존의 대북정책을 재천명한 것은 북한이 현정부와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확고한데다 임기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金대통령은 그동안 남북관계에서 지금처럼 우리가 주도력과 자신감을 가진 적은 없다는 인식아래 한반도 평화정착 방안과 남북협력 방안을 각각 네가지로 정리해 제시했다.

평화정착과 관련, 金대통령은 "통일은 어떤 경우에도 평화의 바탕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면서 우선적으로 북한의 무력포기를 강조했다.

이는 북한의 극심한 식량난과 황장엽 (黃長燁) 의 발언으로 드러난 북한의 전쟁도발 의지와 충동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상호존중.신뢰구축.상호협력을 제시한 것은 92년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를 중시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대목은 4자회담이 어느 정도 진전되고는 있으나 본질적 진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시사하는 바 크다.

'기본합의서 체제' 로의 복귀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金대통령은 다른 어느 때보다 남북협력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북한에 대한 일시적 지원으로는 북한의 식량난을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인식아래 북한이 남북대화의 장 (場) 으로 나오면 획기적인 경제협력이 이뤄질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미.일및 국제기구등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북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강조됐다.

그러나 金대통령은 북한을 도와는 주되 북한당국에 요구할 것은 당연히 요구하겠다는 소신도 분명히 했다.

자원의 합리적 배분을 통한 북한 주민 기아의 해결요구가 그것이다.

동시에 '시간은 북한 당국을 기다리지 않으니 개방.개혁의 역사적 대세에 지체없이 합류하라' 고 촉구한 것도 마찬가지다.

안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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