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렉서스 신화’ 주인공 컴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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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일본 도요타가 ‘판매의 달인’으로 불리는 이나바 요시미(稻葉良眠·63·사진) 전 미국 판매담당 사장을 복귀시켜 북미 시장 재건에 나선다. 이에 따라 도요타는 그동안 글로벌 확장 일변도의 와타나베 가쓰아키 사장 체제에서 이나바를 중심으로 한 판매·마케팅 중심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는 6월 창업 일가인 도요타 아키오 부사장이 사장을 맡는다.

도요타를 떠난 고위 임원이 복귀하는 것은 이나바가 처음이다. 올 3월 결산에서 57년 만에 적자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재등장한 것이다. 도요타는 2000년 이후 전체 이익의 70%를 북미 시장에서 거둬들였다.

그는 미국 렉서스 성공의 주인공이다. 1988년 렉서스 미국 출시 프로젝트를 맡아 13년간 미국에 주재하면서 판매담당 사장까지 올랐다. 벤츠·BMW를 타깃으로 한 렉서스 마케팅부터 딜러망 구축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미국인을 대거 채용해 요직에 두루 썼다.

2005년에는 도요타 중국 담당 사장을 맡아 앞서가던 베이징현대를 꺾었다. 그가 맡은 지 2년 만에 도요타는 중국에서 10위권 밖을 맴돌다 5위권으로 도약했다.

2006년 내놓은 중국형 캄리가 그의 히트작. 중국 소비자를 철저히 파악해 미국형 캄리와 달리 크롬 도금을 잔뜩 사용해 외관을 번쩍이게 바꿨다. 캄리가 중국에서 기사를 두고 타는 대형차로 쓰이는 것을 보고 뒷좌석에 에어컨이 나올 수 있도록 개조했다. 출시와 동시에 6개월까지 주문이 밀리면서 ‘캄리를 먼저 뽑으면 힘있는 사람’이라는 소문까지 나왔다. 캄리의 선전으로 베이징현대가 내놓은 NF쏘나타가 고전을 면치 못하기도 했다.

그는 2007년 도요타 차기 사장 후보로 본사 부사장으로 복귀했지만 현 와타나베 사장에게 밀려 나고야 주부(中部)공항 사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지난해 초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급격한 시장 확대를 통해 연간 1000만 대를 생산하는 도요타에 브레이크가 필요하다”며 확장 정책을 비판했다. ‘차는 메이커가 아닌 딜러가 파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직접 할인을 해 주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딜러 중심의 판매 원칙으로도 유명하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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