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괌지사장,부인 시신앞서 끝내 통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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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얼굴은 한번도 본적 없지만 네가 빨리 완쾌하길 바란다.

네가 우릴 만날 때 미소를 볼 수 있도록 기도할게. " 대한항공 괌지사장 박완순 (朴琓淳.44) 씨는 13일 인하대병원에 입원치료중인 딸 주희 (珠希.16) 양에게 완쾌를 기원하는 괌 학생들의 영문편지를 전해주곤 억지로 웃음을 지어보였다.

朴씨가 전해준 편지는 주희양이 오는 24일 입학할 예정이던 괌중학교 교사와 같은반 급우 20여명이 주희양을 위로하기 위해 쓴 것. 朴씨는 지난 6일 대한항공기 사고로 부인과 아들을 한꺼번에 잃고도 내색하지 못한채 사고 수습을 위해 자신의 슬픔을 가슴에 묻어야 했다.

시신발굴을 위해 이곳 저곳을 뛰어다녔고 부상자와 시신 후송문제를 놓고 미군측과 협의하는 일도 그의 몫이었다.

朴씨는 결국 사고 1주일만인 13일 아들 (11) 의 시신은 찾지 못한채 부인 김덕실 (金德實.44) 씨의 시신만을 안고 고국땅을 밟아야 했다.

그동안 사고 수습을 위해 뛰어다니느라 훌쩍 여윈 朴씨는 이날 삼성서울병원에 안치된 아내의 시신을 마주하고 참고 또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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