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제정 50년된 국적법 현실맞게 개정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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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48년 제정된 이후 한번도 손질이 안된 국적법 제2조 제1항은 마땅히 현실에 맞게 개정돼야 한다.

대부분의 나라가 부모양계주의에 근거한 국적법을 채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세계화.국제화를 표방하면서도 내면적으로는 부계혈통주의에 근거한 국적법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인 여성이 국제결혼을 해서 낳은 자녀의 대부분은 몸이 아파도 의료보험이 안되기 때문에 병원을 찾기 어렵고 취학연령이 되어도 학교조차 다닐 수 없어 거리를 방황하는 실정이다.

부모중 한쪽이 한국인인 경우 아버지가 한국인이면 그 자녀가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데 비해 어머니가 한국인이면 한국국적을 취득할 수 없게 돼 있는 것은 분명 위헌의 소지가 있다.

뿐만 아니라 이같은 부계혈통주의에 근거한 국적법은 '유엔여성차별 철폐협약' 에 규정돼 있는 '체약국은 여성에게 자녀의 국적에 관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 는 내용에도 위배되는 사항으로 반드시 검토돼야 할 사항이다.

국적법과 관련해 외국의 입법 사례들과 비교한 결과 미국.스위스.프랑스.독일.오스트리아 등 대부분의 나라가 10여년전에 법개정을 통해 부모양계 혈통주의를 채택하고 단지 조건에 있어서만 자녀와 배우자에게 차등적으로 하고 있을 뿐이다.

자녀는 부모중 1인이 자국민이면 자동적으로 그 나라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돼 있는 반면 배우자는 3년 내지 5년이상 거주하고 무범죄 전과, 적절한 생계수단 보장 요건이 충족될 때만 국적취득이 가능토록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국적법 제3조중 '대한민국 국민의 처가 된 자는 결혼과 동시에 국적취득이 가능' 하다는 내용 역시 재검토돼야 마땅하다고 본다.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그 나라 남성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건없이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한 나라는 없다.

그리고 반대의 경우처럼 그 나라 여성과 결혼한 배우자가 어떤 경우에도 국적취득이 불가능한 나라 또한 어디에도 없다.

국적법 개정을 통해 국제결혼으로 출생한 자녀는 출생과 동시에 국적취득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또 배우자 역시 남녀 차별없이 일정한 조건과 자격을 갖춘 자에 한해 국적취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1천쌍의 결혼중 한쌍이 외국인과 결혼하는등 국제결혼 비율이 급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시대에 맞지 않는 현행 국적법은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

법무부 장관이 7월 임시국회에서 국적법 개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시사한바 있긴 하지만 불평등한 법으로 고통받는 여성과 그 자녀의 입장을 고려할 때 국적법의 개정은 하루라도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양순 국회의원 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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