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대우자동차, 기아특수강 공동경영 결정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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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현대자동차와 대우자동차가 기아특수강을 공동경영키로 한 것은 이 회사가 부도날 경우 차생산에 큰 차질을 빚는다는 공통된 위기의식과 삼성의 기아인수 저지를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기아지원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자동차산업이 특수강 수요의 52%를 점하고 있는 데다 현대및 대우자동차도 그간 전체 특수강소비량의 30% 가량을 기아특수강에서 공급받아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특수강을 수입하게 될 경우 값이 오르고 공급시기도 맞추기 어려워 차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진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70년대부터 특수강 산업합리화조치를 통해 자동차업체들이 공동출자로 특수강업체들을 운영해 오고 있다.

또 현대와 대우의 이번 결정은 사실상 '기아살리기' 의 신호탄으로 기아자동차 회생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현대자동차 임원은 "현대.대우도 기아특수강에서 납품받고 있는 만큼 살려서 기아 회생의 전기를 마련하자는 뜻" 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아는 채권단 자금지원에서의 큰 걸림돌이 제거돼 자구 (自救) 노력이 더 원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제일 부실한 회사가 기아특수강.기산.아시아자동차였고 이중 처분하기 가장 어려웠던 게 특수강이었기 때문이다.

이종대 (李鍾大) 기아경제연구소장은 "특수강 문제가 해결돼 자구노력의 돌파구가 마련됐다" 고 말했다.

송병남 (宋炳南) 기아그룹 기조실사장도 "채권단이 기아의 자구노력을 긍정적으로 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아측이 당초부터 특수강 매각방침을 밝혔기 때문에 이번 결정이 전체 채권단의 입장에는 큰 영향을 못 미칠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반응이다.

무엇보다 채권은행단이 자금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김선홍 (金善弘) 기아그룹 회장의 퇴진문제와 감원에 대한 노조의 동의문제등이 주요현안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들 문제가 선결되지 않을 경우 기아는 현대와 대우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또 기아특수강의 공동경영이 본격적인 기아살리기와 직결될 것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통상산업부 김균섭 (金均燮) 기초공업국장은 "공동경영은 자동차산업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으로 현대.대우등이 기아살리기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 고 말했다.

이밖에 가뜩이나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현대.대우자동차가 부실덩어리인 기아특수강을 인수함에 따라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일단 기아가 쓰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수순으로 본다.

하지만 3사가 부실정도가 심한 기아특수강을 공동운영하는 것은 한시적 공조" 라고 분석했다.

현대와 대우의 기아지원이 특수강 공동경영에 그칠 것인지, 더 계속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3자 공동경영을 한다 하더라도 지분정리문제, 채무및 지급보증문제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만약 3사가 특별증자를 통해 공동지분을 갖게 될 경우 증자에 참여하지 않은 개인투자자들의 지분은 현재의 30%선에서 대폭 낮아지고, 산업은행은 부채를 자본으로 출자하지 않고 현재 4.3%의 지분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증자지분을 똑같이 나누는 일이 힘든 데다 증자에 참여하지 못하는 소액주주의 반발도 예상돼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 증시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박의준.박영수.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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