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균의 세상 탐사] 청와대 골칫거리 된 한나라당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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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수모와 비난에 시달린 지 오래다. 어수룩한 웰빙 집단, 무기력한 초식 공룡, 배부른 거대 여당. 여론이 이쯤 되면 내부 각성과 자기 분노가 있을 법하다. 변신과 정풍의 움직임이 따를 듯하다. 하지만 무기력은 그대로다.

2월 임시국회도 지지부진하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야당의 태업 전술에 말려들고 있다. 국회는 통상 한쪽에선 격론을 벌이고 다른 데선 협상을 한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양쪽 모두 어설프다.

정국 주도권은 쟁점 장악력이다. 정치는 소통이다. 이슈를 선도한 뒤 설득과 감성의 언어를 통해 여론을 주도한다. 정책·홍보팀의 그런 능력도 낙제점이다. 반면 민주당은 ‘MB 악법’ 등 저항 용어를 선점해 맞서고 있다. 여기에 운동권에서 단련한 투쟁력이 한나라당을 압박한다.

한나라당 의원총회는 초선(전체 의원의 53%)들로 채워진다. 초선의원 상당수는 여전히 순발력 없는 범생이, 느려터진 웰빙형이다. 한국 정치는 이념적 내전 상태다. 그런 전선에 투입되려면 이론 무장, 민심 파악 능력에다 투지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전선에 나갈 역량을 갖춘 한나라당 초선은 드물다.

그런 한심한 사정들은 지난해 4월 밀실 공천의 부메랑이다. 당시 당 지휘부는 경험 있는 의원들을 대거 공천 탈락시켰다. 명분은 물갈이지만 당내 경쟁자 제거였다. 그 공백을 운 좋은 초선들이 차지했다. 공천 탈락자 몇몇은 과거 좌파 정권의 본질과 문제점을 꿰뚫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이래 민주당의 인적 구성과 체질에 숙달된 중진들도 있었다.

협상력은 야당의 그런 생리와 허점을 파악해야 살아난다. 하지만 그런 자질과 수준 있는 고참 의원은 크게 줄었다. 박희태 당 대표는 그런 쪽에 익숙하지만 원외의 한계가 분명하다. 인재난인데도 친이와 친박으로 갈려 있다. 협상력은 떨어지고 수고와 낭비만 많은 것이다. 민주당은 약체 여당의 취약점을 집중 파고든다. 그런 국회 전략은 주효했다. 소수야당의 생존술이 돼버렸다.

한나라당의 무능력은 청와대의 골칫거리로 옮겨갔다. 경제 살리기 정책은 국회의 법 통과로 뒷받침돼야 한다. 금산분리·출총제 폐지·미디어법 등 MB 개혁안 협상은 교착상태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 속도전의 동력을 높이기 힘들다.

이 대통령으로선 당의 국회 전투력 향상이 절실하다.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 명분도 그런 연장선상이다. 그는 MB의 묵시적 사인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도부(박희태·홍준표)로선 부담이다. 역할 공간이 충돌한다. 그의 야심 중에는 당 대표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드러나면 당은 혼란에 빠진다. 그는 밀실공천 때 지도부다. MB의 국정 관리에 혼선을 준다. 이 전 의원은 자신의 임무를 일단 낮은 수준에서 조율할 것이다. 한나라당의 역량 강화는 정공법밖에 없다. 청와대와 친박의 결속은 국민적 상식이면서 효과가 가장 뚜렷하다.

한나라당의 야당 다루기는 전략적인 접근이 절실하다. 민주당의 여론 지지율은 10% 후반이다. 민주당은 용산 참사를 비난하는 길거리 정치에 나섰지만 낮은 지지율은 그대로다. 거꾸로 MB 지지 세력의 결집이라는 역효과를 냈다. 민주당에도 협상파가 있다. 박상천·김진표 의원 등 15명의 시니어 그룹도 그중 하나다. 이들은 국회의 황폐화를 걱정한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내 협상파들의 목소리를 키워줘야 한다. 반 MB 세력 중에서 급진 시위꾼 좌파와 건전한 진보좌파를 분리해 대우해야 한다. 민주당을 과격 좌파로부터 떼어내는 치밀함이 필요하다. 정세균 대표의 주장을 경청해야 한다. 청와대와의 역할 분담이 여기서 필요하다. 이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이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를 불신한다. 그러나 MB 개혁은 국회 지원을 받아야 성공한다. 그 전제는 한나라당의 능력 강화다. 국회는 귀찮지만 개혁의 확실한 동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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