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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유지는 물론 정상적인 사회 복귀도 도와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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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호 22면

“우리나라도 많이 좋아졌어요. 전엔 암에 걸리면 살지도 못하면서 재산은 재산대로 다 날린다고 했는데…. 암 진단을 받고 보니 나 같은 사람이 주변에 의외로 많더라고요. 요즘엔 치료비도 생각만큼은 많이 들지 않고….”취재 중 만난 암생존자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했다. 조기검진 확대나 치료 지원 등 정부의 암 관리 정책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2006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제2기 암 정복 10개년 계획’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올해 말부터 현재 의료비(비급여 제외)의 10%인 암 환자의 본인 부담 비율을 5%로 더 낮추는 안을 정부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토털 케어 시급한 암 생존자 재활 시스템

그러나 암생존자의 재활 관련 프로그램이나 정보는 여전히 부실하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허대석(서울대 의대 교수) 원장은 “지금까지는 급한 불을 끄는 치료(cure)에만 집중해 왔지만 이제 살아남은 뒤에도 의미 있는 생활을 하도록 돕는 통합적 관리(total care)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특히 늘고 있는 장기 생존자들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허 원장은 “장기 생존율이 70%가 넘는 소아암 환자의 경우 성장기 때 항암치료를 받아 신체적 장애가 생기기 쉬운 데다 학교 복귀 후 학업을 따라가지 못해 힘들어 한다”며 “20~30대에 조기 발견한 성인도 결혼과 출산 등의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현재 암생존자들을 위한 ‘2차 암 조기검진 사업’은 연구단계다. 이들은 완치 후에도 또 다른 암에 걸릴 위험이 일반인보다 훨씬 크다. 나이나 성별, 암종, 치료 당시 암의 진행 단계 등에 따라 운동이나 식이요법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아직 개발 중이다.

또 유방암 생존자들을 위한 유방 재건술이나 특수 브래지어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2003년 유방암 3기로 왼쪽 가슴을 완전히 절제한 박춘숙(60)씨는 “심리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가슴 무게 차이로 인해 한 쪽 어깨가 자꾸 처지며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특수 브래지어라도 착용해야 한다”며 “체형에 맞춘 실리콘 제품은 20만~50만원 정도 하는데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부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의 윤영호 기획조정실장은 “암생존자 관리는 복지부뿐만 아니라 여성부나 노동부, 교육과학기술부 등도 관련이 많다”며 “범부처적인 관리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 의료기관들도 서서히 ‘토털 케어’에 눈 뜨고 있다. 곧 대규모 암센터를 여는 서울아산병원이나 서울성모병원 등은 환자들을 위한 원스톱 치료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치료팀에 정신과나 재활의학 전문의 등을 포함시키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환자들이 투병 중은 물론 치료 후에도 정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지난해 1월 문을 연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는 이런 방향의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암생존자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미술요법·음악요법·요가-치유명상·웃음요법·스트레스 관리를 해주고 있다. 또 외모 관리와 같이 재활을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암과 부부의 성생활, 가족의 대화 기술, 보호자 스트레스 관리 등 가족 관련 프로그램도 있다.

이곳의 조주희 부센터장은 “치료가 끝나면 당사자는 ‘암 환자’라는 생각을 버리고 스스로 적극적으로 삶에 임하려 노력하고 가족은 반대로 ‘아직 암 환자’라고 배려해 주려는 마음을 가져야 오해로 인한 가족 간 갈등을 막고 재활의 효과를 보다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대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 등은 ‘웃음치료교실’ 등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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