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따마다] “한국, 중국 단오절 훔쳤다” “이름만 같을 뿐 유래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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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들이 중국의 한자·중의학·만리장성을 훔쳐 가려 한다.”(흥분한 중국 네티즌 A)

“반한(反韓) 감정과 반중(反中) 정서를 극복할 대안을 제시해 달라.”(차분한 중국 네티즌 B)

12일 오후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 인터넷 사이트인 환구망(環球網)의 대담 중계실. 환구망은 한국과 중국의 대표적인 언론 매체를 초청해 3억 명의 중국 네티즌과 ‘한·중 관계’를 주제로 인터넷 대담을 진행했다. 한국 측에서는 본지와 조선일보 베이징 특파원이 초청받았고, 중국 측에서는 10년간 서울 특파원을 역임한 인민일보 쉬바오캉(徐寶康) 고급기자가 초청받았다. 이날 대담은 반한 감정과 반중 정서에 초점이 맞춰졌다. 왕원(王文) 환구시보 편집기자의 사회로 토론이 시작되면서 컴퓨터 중계 화면에는 네티즌들의 글이 속속 올라왔다. 앞서 환구망이 이번 행사를 사전에 대대적으로 홍보했기 때문인지 관심과 반응이 뜨거웠다.

◆진지하게 대안 찾기=대담 초반 네티즌들은 인터넷에 형성된 반한 정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고대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알려 달라며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전반적으로 네티즌들이 양 국민의 갈등을 피할 수 있는 대안을 찾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 네티즌은 “한국인들이 중국에 반감을 갖는 것은 중국의 발전을 질투하기 때문이냐”고 직설적으로 물었다.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해 따끔하게 질책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한국 미디어가 늘 중국은 더럽고 혼란스럽고 형편없다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의 언론들이 중국에 대한 뉴스를 입맛에 따라 편집하고 취사선택한다는 지적도 했다. 고구려 역사와 간도 영유권에 대한 민감한 질문도 피하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간도가 한국 영토라고 생각하는 한국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다.

이에 또 다른 중국 네티즌은 “간도는 중국 땅이므로 논쟁의 대상이 안 된다”고 즉석에서 반박했다. 고구려를 소재로 한 한국의 역사 드라마에서 중국을 나쁘게만 묘사하면 한국 청소년들이 어떻게 중국을 좋아하겠느냐며 공정한 드라마 제작을 호소하기도 했다.

◆왜곡된 한국관 아직 많아=중국 네티즌들은 여전히 한국에 대해 잘 모르거나 부정확한 정보에 기초해 사실을 곡해한 경우가 많이 발견됐다. 많은 네티즌은 아직도 한국의 단오제(祭)가 중국의 단오절(節)을 훔친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이에 대해 쉬바오캉 고급기자는 한국 취재 경험을 인용하며 “대관령 산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한국 단오제와 중국의 단오절은 유래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자·서예·중의학·만리장성·차 문화를 한국이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록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심지어 "한국 여자들은 왜 모두 성형을 하느냐”는 힐난도 나왔다.

대담이 끝난 뒤 환구망의 스딩(石丁) 최고경영자 겸 편집인은 “한·중 관계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진지한 해법을 모색해 보는 좋은 자리였다” 고 말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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