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북카페] 세상은 평평하다 … 금융시장만 빼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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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세계는 평평하지 않다
데이비드 스믹 지음, 이영준 옮김
현대경제연구원 감역, 비즈니스맵, 408쪽, 1만8000원

뉴욕타임스의 경제전문 컬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지역간 장벽이 사라져 누구나 먼 땅끝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 “세계가 평평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만큼 모든 시장 참여자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며 그 결과물 역시 차별없이 배분되는 시대가 열렸다는 이야기다. 이런 그의 주장을 담은 저서 『세계는 평평하다』(창해)는 2005년 발매 즉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

2008년 이에 카운터 펀치를 날린 게 바로 이 책이다. 금융자문회사 회장인 지은이는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불러온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드러났듯 적어도 금융시장만큼은 결코 평평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곳곳이 심하게 휘어져 있어 수평선 너머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지켜볼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 바닥이 평평해지는 것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우선 중동의 산유국이나 중국 등의 거대 자본을 꼽았다. 민주주의 시스템이 잘 적용되지 않는 이들 국가의 방대한 국부펀드가 선진국의 우량 기업을 인수·합병해 전체 시스템을 뒤흔들 우려가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틈만 나면 보호주의로 회귀하려는 각국의 일관성 없는 정책 역시 불확실성을 키우는 데 일조한다고 지적한다. 그렇다고 그가 프리드먼의 생각을 폐기대상으로 본 것은 아니다. 분명 금융을 제외한 많은 영역에서 평탄화 작업이 완성 단계에 있다고 시인한다. 다만 프리드먼이 글로벌화 현상의 전반부를 다뤘다면 자신의 책은 나머지 후반부에 대해 설명했다는 게 저자의 변이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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