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관건강전문기자의Health&Study] 부모 키 작다 낙심 말고 숨은 키 찾으세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3면

요즘 부모들이 자녀 성적 다음으로 관심을 쏟는 것이 자녀의 키다. 키는 절대적으로 유전적으로 결정되므로 부모의 키가 자녀의 키를 결정한다. 그렇다면 키가 작은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그렇지 않다. 소위 숨어 있는 키를 찾아야 한다. 한국군과 북한군의 키는 무려 평균 9㎝나 차이가 난다.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라도 키만은 같지 않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자녀의 잠재된 성장 능력을 발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성장호르몬을 많이 나오게 하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성장호르몬은 뇌의 시상하부에서 자극을 받아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된다. 그리고 뼈의 성장판에 작용해 연골을 분화시키고 증식시킨다. 성장호르몬을 어떻게 정상적으로 분비시키느냐가 성장의 열쇠인 것이다.

먼저 충분한 수면이다. 성장호르몬은 주로 숙면을 취하는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가장 많이 분비된다. 그래서 늦게까지 잠을 안 자거나, 쉽게 잘 깨는 예민한 아이들이 제대로 크질 못한다.

운동 역시 키 성장의 열쇠다. 성장호르몬은 신체적인 활동을 할 때 쏟아진다. 특히 숨을 헐떡이는 유산소운동 직후에 나온다.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노는 시간이 곧 키가 크는 시간이다.

성장호르몬이 나오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요인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선 스트레스와 같은 심리적 부담은 성장호르몬에 악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가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성장호르몬 분비를 억제한다. 어릴 때 고생한 사람치고 키가 큰 사람이 별로 없다.

비만 역시 성장에 훼방꾼이다. 비만세포가 증식되면 성장호르몬이 불필요한 지방대사에 소모돼 성장을 방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특히 여아의 경우 비만은 여성호르몬의 이른 분비를 촉진해 성조숙증을 유발하고, 그 결과 성장판을 일찍 닫게 만든다. 뚱뚱한 것과 건강한 것은 당연히 구분돼야 한다.

질병도 성장을 지연시킨다. 성장호르몬 분비장애를 일으키는 갑상선 기능저하증, 뇌하수체 기능저하 같은 호르몬 불균형, 성장판 부위의 골절 등은 키 성장에 치명적이다.

마지막으로 식사 습관이다. 식습관은 비만과 성장을 결정하고, 평생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어릴 때부터 부모의 적극적인 지도가 필요하다.

키가 크려면 단것을 좋아하면 안 된다. 혈당이 낮을 때는 성장호르몬 분비가 촉진되지만 고혈당에선 분비가 오히려 억제된다. 따라서 과자·청량음료와 같은 간식도 별로지만 밥이나 빵 등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도 권할 만하지 못하다. 단백질 비중을 높이고, 지방과 탄수화물 비중은 줄인다.

비타민과 미네랄은 키를 키우는 소중한 촉매제다. 비타민 중에는 A·C·D가 골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비타민 B군은 혈장단백질이나 근육, 결합조직을 만드는 데 많은 기여를 한다. 미네랄 중에서는 특히 뼈의 구성물인 칼슘과 인이 필요하고, 혈액을 만드는 데 필요한 철·아연·마그네슘 등도 고루 공급해야 한다.

고종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