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대표 탕평책으로 김윤환고문 입지 좁아질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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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한국당 이회창대표와 김윤환 고문은 동지적 관계다.

힘을 모아 경선승리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경선을 마친 지금은 모든게 달라졌다.

양측은 달라진 환경에 대처하는 방법에서 약간의 의견차이가 있는 것같다.

우선 李대표에게 가장 절실한건 당의 단합과 결속이다.

대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탕평책 (蕩平策)' 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경선탈락자를 중심으로 한 반대세력을 감싸안아야 한다.

그러려면 자리에 대한 배려등이 필요하다.

李대표의 이수성 (李壽成) 고문에 대한 선거대책위원장 제의설이 한 예다.

영남출신이 아닌 李대표는 이수성고문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박찬종 (朴燦鍾) 고문, 심지어 박태준 (朴泰俊) 포항북 보선 당선자 영입론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김덕룡 (金德龍) 의원의 사무총장 기용설도 李대표쪽에서 흘러나온 얘기다.

물론 이한동 (李漢東) 고문등에게도 인심을 베풀어야할 처지다.

문제는 이 대목에서부터 金고문과 이해 (利害)가 갈린다는 점이다.

李대표가 탕평책을 쓰면 金고문의 입지는 좁아들 가능성이 높다.

金고문은 실제로 이수성고문에게 선대위원장을 맡기는 방안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한동고문에 대한 배려도 민정계의 대표성을 어느정도 인정하는 조치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이 점을 金고문은 껄끄럽게 여긴다.

더구나 金고문은 지난 92년 14대 대선때 YS만들기에 가장 큰 공을 세웠지만 홀대당한 경험이 있다.

金고문의 한 측근은 "우리는 李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허주 (虛舟)가 제일 먼저 토사구팽 (兎死狗烹) 당할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도는 것을 알고 있다" 고 말한다.

그는 그래서라도 李대표가 당총재직을 이양받는 즉시 金고문이 대표가 돼야한다고 주장한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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