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야구천재' 이종범 '20-20클럽' 대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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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야구천재' 이종범이 대망의 20 (홈런) - 20 (도루) 고지에 우뚝 섰다.

2 - 0으로 뒤진 해태의 5회초 공격. 2사후 이종범이 세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쌍방울 마운드에 오봉옥이 호투하고 있었다.

볼카운트 1 - 1에서 오봉옥은 한가운데 높은 직구를 뿌렸고 이종범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아갔다.

"딱" 하는 소리와 함께 타구는 좌중간 펜스를 향해 날아가더니 그대로 담장을 훌쩍 넘겨버렸다.

올시즌 74게임만에 기록달성에 성공, 최단기간 기록수립 (종전 75게임.현대 박재홍) 과 함께 지난해 (25홈런.57도루)에 이어 2년 연속 20 - 20클럽 가입이라는 새로운 이정표가 한국 프로야구사에 세워지는 순간이었다.

1백78㎝, 72㎏. 야구선수로 다소 왜소한 (? ) 체격을 가진 이종범이 이같은 엄청난 기록을 2년 연속 달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먼저 전광석화처럼 빠른 스윙을 들 수 있다.

특히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몸쪽과 한가운데 높은 공은 놓치지 않고 홈런을 뽑아낸다.

쌍방울 간판 김기태도 "높은 공을 치는 기술은 이종범을 당해낼 선수가 없다" 고 말하고 있다.

둘째는 이종범의 부친인 이계준 (李啓準) 씨의 헌신적 노력이다.

이씨는 야구에 문외한이었으나 광주서림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이른 새벽에 아들을 깨워 아침운동을 시켰고, 운동을 다녀온 뒤엔 어렵게 구한 '과학하는 야구' 라는 일본 책을 번역해가며 읽어주었다.

또 당시 야구부코치를 자기집에 하숙시켜가며 아들의 훈련을 돕게 하는 열성을 보였다.

결국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들이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천재는 태어난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 이라는 말을 입증시켰다.

또 현재 41개의 도루를 기록,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 ▶다른 선수들에 비해 긴 리드폭▶상대투수의 허점을 놓치지 않는 센스▶과감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등 3요소가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다른 선수들이 1루에서 5~6보 정도 리드하는데 비해 이는 6보하고 반걸음 정도 더 리드하고 있어 빠른 스타트를 할 수 있다.

상대투수가 견제구를 던지고 난후 '이제 뛰지 않겠지' 하는 방심을 이종범은 역으로 이용, 견제구 후에 오히려 적극적인 도루를 시도한다.

그리고 2루베이스로 들어갈 때 부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머리부터 과감히 밀고 들어간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은 스탠딩 슬라이딩보다 거리상 2정도 이득을 볼 수 있고 시간도 0.2초 가량 단축할 수 있어 성공확률이 높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타선의 응집력을 보인 쌍방울이 해태를 2 - 1로 꺾어 이종범의 대기록은 빛을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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