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비상대책기구 활성화 통수권자 관심 가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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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황장엽.김덕홍 회견후 정부는 만의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처하기 위해 '전쟁준비 점검단' 운영을 발표했다.

현정부 들어 상대적으로 느슨해진 군.관.민의 비상대처태세를 점검, 보강하겠다는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한시적으로나마 새로운 기구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법 하다.

현재 정부기구상 비상시에 대처하는 기능은 군외에 국무총리실 산하의 비상계획위원회 (장관급) 와 내무부의 민방위재난관리본부 (1급)가 맡고 있다.

25년이상 모범적으로 군.관.민 총합방위체제를 점검, 운영해 왔고 나름대로 노하우를 축적해온 비상계획위원회와 이를 뒷받침하는 기존 민방위조직의 자존심을 상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조직을 어떻게 하느냐 보다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챙기느냐에 있다고 본다.

많은 사람이 알다시피 한국의 행정은 대통령이 경제에 관심을 가지면 경제가 좋아지고, 국방에 관심을 쏟으면 군의 전력이 충실해진다.

이는 역사적 사실이고 또 현실이다.

민방위창설에 참여했고 23년간 이 분야에 관심을 가져온 필자가 보기에 한국 비상계획위원회의 체계.조직.운영내용.전략업무수행은 세계 1급 수준이다.

비상계획위원회는 북의 김정일정권에는 없는 조직이며, 운용여하에 따라서는 북의 관.민전력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상대적 우월성을 지닌 체계라 할 수 있다.

미국은 대통령이, 러시아도 대통령이, 중국은 주석이, 일본은 내각제하에서 총리가, 우리는 대통령제하에서 국무총리가 총괄하게 되어 있다.

문헌자료만으로 평가하면 일본은 한국수준에 못 미친다.

군은 물론 비상계획위원회 멤버와 민방위국요원은 전통적으로 애국심이 강한 공직자중의 공직자조직이다.

그 애국심에 대통령이 불을 질러 조직과 요원들이 신이 나서 사명감을 갖고 일하게 하는 것이 내실있는 대비이고 국가전체의 국방역량을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

비상계획위원회 멤버들은 전통적으로 전략 마인드가 강한 군의 우수인력이다.

이들은 북의 용장적 군.관.민조직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민방위국과 민방위조직 또한 상상외로 실력이 있는 조직이다.

그간에 역량을 축적한 두 조직을 국민들이 잘 알고 적극 호응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북의 김정일정권은 함부로 불장난을 하지 못할 것이다.

국민들도 정부안에 이런 조직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실력을 쌓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면 불안을 버릴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의 관심이고 의지다.

비상계획위원회와 민방위재난관리 조직을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규학 民衛포럼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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