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경찰청 기동대 의경들 23명 헌혈로 백혈병환자 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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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저희들의 젊은 피로 한 시민의 생명을 구한다고 생각하니 더위속 훈련과 경비의 피로도 모두 잊는 것 같습니다.

" 급성 백혈병으로 죽어가던 중 천신만고 끝에 여동생의 골수를 이식받게 됐으나 수혈받을 피가 없어 애태우던 백혈병환자가 전남경찰청 기동대 소속 의경 23명이 자원한 사랑의 헌혈로 희망을 되찾게 됐다.

소규모 우유대리점을 꾸려나가던 김정원 (金丁垣.39.광주시남구봉선동) 씨가 갑자기 쓰러진 것은 지난 1월. 급성 골수성백혈병이었다.

절망 속에 사경을 헤매던 金씨는 여동생 정희 (正姬.37) 씨의 골수 이식이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아 수술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수술후 계속 수혈받아야 하는 막대한 양의 혈액이었다.

넉넉하지 못한 金씨의 형편으로는 수술 이상으로 큰 문제였다.

전남경찰청 기동대원들이 이 소식을 전해들은 것은 이달초. 대원들은 너나할 것 없이 헌혈을 자청했고 혈액검사 결과 金씨와 혈액형이 일치하고 혈소판 구조가 비슷해 거부반응이 없는 송승룡 (宋勝龍.23) 수경등 23명이 수혈 대상자로 최종 선정됐다.

金씨는 21일 전남대 병원에서 동생 은희씨의 골수이식 수술을 무사히 끝마쳤다.

병원측은 이식한 골수 상태가 안정되는대로 23명 의경들의 '젊고 건강한' 피를 수혈할 계획이다.

金씨의 부인 최은희 (崔恩姬.33) 씨는 "무어라고 고맙다는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꼭 완쾌돼 건강한 삶을 꾸려나가는 것이 은혜를 갚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며 눈시울을 붉혔다.

金씨의 외동딸 소라 (10.송원초등학교 3) 양도 "고마운 의경 아저씨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쓰겠다" 며 "열심히 공부해 가난하고 외로운 환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 고 말했다.

광주 =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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