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브리핑> 음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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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올해 들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음악공연의 평균 유료관객은 약 5백명. 하반기에 예정됐던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와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 부부의 듀오 리사이틀, 여성 타악기 주자 이블린 글레니의 내한공연 등이 취소된 것도 불황의 영향이 크다.

오케스트라 공연보다 실내악.독주회 등 비교적 안전한 쪽을 택하는 경향 또한 불황 때문이다.

음악계에서는 이런 경향이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서양음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장료가 싼 국악공연으로 관객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지난달 창극 '춘향전' 공연은 전석 매진돼 근래 보기 드문 성공을 거두었다.

또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신설된 토요상설.목요상설 공연도 꾸준히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하반기에 두번째로 열릴 제2회 세계피리축제도 국악계의 대규모 행사로 기대를 모은다.

올 하반기 음악계의 화두는 현대음악과 창작곡. '현대음악의 올림픽' 이라 불리는 국제현대음악협회 (ISCM) 페스티벌이 서울에서 열리고 국내 창작오페라와 국내 초연 오페라가 각각 2편씩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올려질 예정이어서 음악팬들은 오랜만에 색다른 레퍼토리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김자경오페라단이 오는 11월8~11일 예술의전당에서 김동진의 '춘향전' 을 초연하고 지난 94년 일본에서 콘서트형식으로 초연됐던 강석희 작곡의 '초월 (超越)' 이 삶과꿈 싱어스 등이 참가하는 한.일 합동공연으로 오는 10월3~5일 토월극장 무대에 오른다.

예술의전당은 또 브리튼의 코믹오페라 '알버트 헤링' 과 슈베르트의 단막 오페라 '아내들의 반란' 를 국내 초연한다.

해마다 가을 시즌이면 내한 러시를 이루던 외국 오케스트라의 공연도 눈에 띄게 줄어 들었다.

외국 교향악단 연주로는 중앙일보 초청으로 오는 10월 25.2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 주빈 메타, 협연 장한나.곽정)가 유일하다.

오는 8월 29일 개막되는 97서울국제음악제도 예년에 비해 외국 연주자의 참가가 눈에 띄게 줄었다.

키로프 금관5중주단.유라시언 필하모닉.프랑크푸르트 첼리시모 앙상블 등 3개 팀이 고작이다.

하반기 음악행사 중 가장 눈길을 끄는 ISCM 페스티벌의 주제는 가장 오래된 악기이면서도 모든 음악적 사고의 근본이 되는 '인성 (人聲)' .9월26일부터 10월3일까지 국립극장.국립국악원.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국내외 작곡가들의 창작곡 연주는 물론 판소리.종묘제례악 등 전통음악을 외국 음악인들에게 선보이는 기회도 마련돼 있다.

합창과 관현악이 어우러진 공연도 부쩍 늘었다.

정명훈 지휘의 KBS교향악단은 베르디의 '레퀴엠' (9월11~12일) , 베토벤의 '합창교향곡' (12월26~27일) 을 연주하고, 서울시향도 코리안심포니 수석지휘자로 오페라 무대에서 각광받고 있는 카를로 팔레스키의 지휘로 카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 전곡 공연 (12월2일) 을 갖는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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