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리더십 탄생 신한국당의 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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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한국당에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

12월 대통령선거에 내세울 후보를 뽑은 신한국당을 비롯한 여권은 21일로 김영삼 (金泳三) 시대를 사실상 정리하면서 새로운 리더십을 확정했다.

이로써 정치권 전반에는 혁명적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우선 여야 모두가 구각 (舊殼) 탈피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게 됐다.

경선과정에서의 일부 잡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한국당의 새 리더십은 3金의 그것들과는 판이하게 구분된다.

이는 신한국당의 새로운 앞날과 과거를 구분하는 가장 큰 특징이다.

또한 신한국당이 가장 먼저 3金시대를 벗어났다는 점에서 다른 야당과의 결정적인 차이기도 하다.

이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3金이 주도해 그 뼈대를 구성한 정치의 양대축인 정당과 선거제도및 그 운영의 관행에 질적인, 그리고 근본적인 변화가 올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여당부터 이를 주도하는 만큼 야당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여권내부의 역학구도도 근본적으로 재편될 것으로 관측된다.

기존의 민주계 중심구도는 급속히 전환될 운명에 처하게 됐다.

단기적으로 급격한 권력이동은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정치권에 상당폭의 물갈이가 예상되고 있다.

김영삼시대에 부분적으로 5, 6공 인맥의 청산이 시작됐다면 이제는 3金인맥의 퇴장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전혀 다른 '정치신인' 의 등장이 그 물꼬를 열었다고 볼 수 있다.

전문정치인 출신의 노령층이 상당수 퇴진하고 그 자리를 젊은 전문직 출신의 테크노크라트들이 메우는 흐름도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같은 변화는 과거의 권력교체가 그랬듯이 앞으로 수많은 정치사건들을 양산해내는 원인과 배경이 될 것같다.

동시에 여권내 새로운 리더십의 등장은 그동안의 지역대결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오는 연말로 예정된 15대 대통령선거전의 양상도 그전의 것들과는 판이하게 달라질 전망이다.

과거의 도식적인 호남대 비 (非) 호남.지역등권론등으로 포장된 영남대 비영남구도에는 획기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지역간 긴장도는 감소되는 대신 3金청산과 세대교체, 그리고 정권교체의 논란이 대선의 핵심이슈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각에서는 여권의 균열을 점치기도 한다.

그러나 판세에 영향을 미칠 이탈은 없을 가능성이 보다 유력하다.

무엇보다 낙선후보의 탈당이나 경선불복이 여론의 지원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여권내 새 리더십이 안게 될 과제는 엄존한다고 해야겠다.

새 리더십은 이전의 여당권력자들과는 카리스마나 강력한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한 상태다.

당내외의 도전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세 (勢)가 약하다는 특징은 물론 개혁추진의 촉진변수지만 동시에 장애가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권력투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경선과정에서 태동조짐을 보인 비주류가 세력을 형성해 새 지도부의 발목을 잡겠다고 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대선레이스에서 야당의 노련한 후보들과 상대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숙제일 것이다.

무엇보다 선거자금이라는 원죄 (原罪) 없이 대선을 치러 이겨야하는 것이 새 지도부의 급선무다.

여권의 새 리더십이 주어진 기회를 어떻게 활용해 나갈지, 또 중첩된 난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는 매우 중대한 관심사다.

여기에 우리 정치의 모든 것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김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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