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경선후보 부인들 정치내조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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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한국당 경선에 나선 6인후보에게는 '또 다른 복제 후보' 가 있었다.

바로 그들의 부인이었다.

대의원 접촉.전화는 물론 악수공세까지 그들은 현장을 누비며 경선운동에 동참했다.

여성대의원 비율이 20%로 의무화되는등 우먼파워가 거세진데 따른 자연스런 흐름이기도 했다.

최병렬 (崔秉烈) 의원 부인인 백영자 (白玲子) 씨는 이번에는 완벽한 억척내조로 탈바꿈했다.

12인승 승합차에 남편과 동승, 연설회장을 누비며 대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교환했다.

김덕룡 (金德龍) 후보의 부인 김열자 (金悅子) 씨는 의사라는 전문직에 몰두, 정치관련 행사에는 두문불출했던 경우. 그러나 金씨는 이번엔 희끗해진 머리를 검게 염색, 작심하고 남편수행에 나섰다.

金후보도 "후보부인중 유일한 전문직여성" 이라며 金씨와 함께 여성표 공략에 나섰다.

이수성 (李壽成) 후보의 부인 김경순 (金敬順) 씨는 사람만나는 걸 무척 좋아하는 스타일. 그러나 李후보가 '전통적 여인상' 을 선호, 외부활동이 전무했다.

그러나 李후보 출마후 집에서 하루 커피 1백잔을 탔고 李후보가 합동연설회장 귀빈실에서 휴식을 취할 때는 현관에서 홀로 대의원에게 악수를 청했다.

金씨는 "사람만나는게 참 좋다" 며 시종 즐거운 표정이었다.

金씨와 경기여고 동기동창이자 이회창 (李會昌) 후보의 부인인 한인옥 (韓仁玉) 씨도 치밀한 대의원 확보전을 펼쳤다.

한 여성대의원이 갑자기 병원에 입원했다.

입원후 몇시간도 안돼 "저 이회창후보 부인 한인옥입니다" 라는 문안전화가 왔다.

韓씨와 일면식이 없던 이 대의원이 '이회창 지지' 로 선회한 것은 물론이다.

가장 열성적 내조는 이인제 (李仁濟) 후보의 부인 김은숙 (金銀淑) 씨. 타후보 부인의 우아한 한복과 달리 시종 양장을 착용, 잰 걸음을 과시했다.

'또다른 후보' 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차안에서 수시로 대의원들에게 전화를 거는가 하면 연설회장을 전후좌우로 누비며 인사를 했다.

오전 캠프대책회의에도 참석, 의견을 제시하는 억척내조의 표본이었다.

이한동 (李漢東) 후보의 부인 조남숙 (趙南淑) 씨는 판.검사 부인에서 정치인 부인으로 변신하며 겪은 인생담을 담은 '마흔앓이' 라는 책을 발간, 대의원들에게 우송하는 열성을 보였다.

후보직은 사퇴했지만 박찬종 (朴燦鍾) 고문의 부인 정기호 (鄭基鎬) 씨의 내조도 시종 돋보였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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