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장식점 차린 한종렬씨 …3년 주기로 호황기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지난 2월 서울 대방동 주공아파트단지내 상가 2층에 벽지.바닥재등을 파는 작은 실내장식점을 개설한 한종렬 (韓鍾烈.43) 씨의 장부는 결코 신통치 않다.

현재 월평균 매출이 약 3백만원이다 보니, 월수익 약1백만원으로는 상점 월세 (35만원) 와 관리비 (10만원) 를 내고나면 크게 남는 게 없다.

상가보증금 (1천3백만원) 과 시설비.인테리어비.집기구입비 (1천만원) 등 최초 투자비용 2천3백만원에 대한 이자와, 특히 본인과 부인의 인건비등을 감안하면 최소한 매달 2백만~3백만원의 손해를 보는 셈이다.

14년간 다니던 회사 (부광약품) 의 이름을 따서 상호도 '부광장식' 이라 지었지만, 형편이 이렇다보니 주변에선 "기업체 과장출신이 왜 느닷없이 지물포를 열어서 그 고생을 하느냐" 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韓씨의 생각은 다르다.

일단 스스로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

"다들 이 사업을 몰라서 하는 얘깁니다.

일반 대로변 점포들과는 달리 아파트 단지내 장식점들은 거의 3년주기로 호황을 누립니다.

양도소득세 면제시점이 지나면 이사물량이 쏟아지는 것이죠. " 그는 자신의 상점이 들어선 아파트 (1천7백세대) 는 내년 5월로 3년이 되기 때문에, 내년 가을쯤에는 최대 호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보고있다.

"생각해 보세요. 25평짜리에 새로 도배만 해도 80만원이고, 바닥재까지 바꾸면 1백50만원가까이 돼죠. 평균 1백만원으로 잡고, 내년중 단지내 5백세대만 먼저 이사해도 총매출이 5억원가까이는 나올겁니다" 그리고 상권이 보장된 장식점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상당액의 권리금을 받을 수 있어, 자신은 한푼도 내지 않았던 권리금을 향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것도 유리한 구석이다.

그가 장식업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순전히 사회복지관 취미교실에서 도배기술을 배워 틈틈히 생활보호대상자등에게 자원봉사를 해주던 아내 조한옥 (趙漢玉.38) 씨 덕분이다.

"처음에는 아내를 위해 꽃집을 열어줄 요량이었는데, 이곳 아파트단지의 부동산업소에서 장식업을 추천하더군요. " 당장 걱정이었던 시공인력들의 경우, 벽지.바닥재회사의 총판점에서 알아서 도배사들을 연결시켜 주는데다, 최초 판매물량도 각 회사가 앞다퉈 외상으로 줬다.

직원월급.시설투자.감가상각비.영업비용등과 같은 고정지출도 없고 재고부담도 없었다.

샘플을 갖다놓고 주문을 받게 되면, 총판점.대리점에 물건.도배사들을 몇동 몇호에 보내달라고 전화하고, 시공이 끝나면 현장검사를 거쳐 수금을 한 뒤, 자신의 몫 (20~35%선) 을 챙기는 것이 전부였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죠. 현장에서 공사의 잘잘못을 바로 가려내며 감독을 하기 위해서는 도배사들만큼이나 도배.장식에 대한 기술과 경험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 그는 아울러 최초 시장조사 또한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아파트를 목표로 할 경우 최소한 8백세대이상, 평수가 적거나 젊은층이 많을 것 (상대적으로 이사가 잦기 때문) , 지은지 3년이내 (향후 곧 대규모 이사가 발생하기 때문) 이면서 권리금이 없는 지역을 찾아야 하는 것이 그가 권유하는 창업요령. 韓씨는 "하지만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에 안주해서는 절대 안되며, 인근에 경쟁업소가 생겨날 것에 대비해 항상 서비스.가격면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면서 자신이 최근 '우리집 꾸미기' 체인에 가맹점으로 가입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체인에 가입함으로써 고객이 주문할 때 이미 공사가 끝난 뒤의 모습을 가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공급받는데다, 전체 가맹점끼리 전화지능망시스템으로 연결될 수 있어 영업이 훨씬 확대된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향후 주방.욕실.배관공사까지 함께 주문받아 해당시공업체에 연결시켜 줄 수 있어 명실공히 종합실내장식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韓씨는 "새로운 업종도 좋지만 기존 업종에서도 잘 살펴보면 자신에게 맞는 사업이 있을 수 있다" 면서 "특히 이런 업종일수록 업주들이 타성에 젖어 서비스마인드나 창의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샐러리맨창업자들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고 말했다.

이효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