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신바람>기업윤리규범 구체화 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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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납품업체의 진짜 주인은 우리회사 부장이고, 이를 감독해야 할 상사는 허구헌 날 음식점 영수증만 챙기거나 부인에게 어떤 주식 사라고 전화걸기에 바쁩니다.

분명히 우리 회사는 지난해 윤리규범을 만들어 대외적으로 선포했는데도 말입니다.

" 이름만 대면 알만한 한 대기업 대리의 푸념이다.

그는 이어 "현재의 윤리규범은 내부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고 내용도 전혀 구체적이지 않아 구속력이 떨어진다" 고 지적했다.

기업 윤리규범이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최근 업계.학계 내부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기업 윤리규범은 공무원에게 뇌물을 안주겠다거나 부실공사을 않겠다는 차원에서만 접근할 게 아니라, 조직내의 내부자 거래.직권 남용.배임 방지 또는 사익 (私益) 을 위해 회사내 권한.정보.거래관계를 활용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 윤리규범은 보다 실천가능하고 구체적으로 명시돼야 효율성을 갖는다는 지적과 함께 최근 고려대.연세대 교수등을 중심으로 기업윤리학회가 결성돼 기존 기업윤리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윤리규범이 확실하기로 유명한 GE코리아.필립모리스코리아등 유명 외국기업의 국내지사에도 최근들어 이에 대한 국내기업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예로 뇌물 부분에 대한 윤리규범의 국내외 차이를 보자. 한 국내 대기업의 윤리규범 4장4조에는 '직무와 관련해 판단의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는 어떠한 형태의 금전적 이익도 이해관계자로부터 취하지 않는다' 고 돼있다.

반면 필립모리스 윤리규범 23조에는 '직무와 관련, 제3자로부터 어떠한 돈도 받아서는 안된다.

캔디.음식.담배.꽃.기념품등을 제외한 선물은 상급자에게 보고해야 하며 이러한 선물가격의 총액이 연간 2백50달러를 초과해서는 안된다' 고 규정돼 있다.

어떤 쪽이 더 현실적이고, 잘 지켜질 수 있을까.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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