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출범전 침몰위기 …태평양 이어 코오롱도 불참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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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오는 10월18일 원년리그를 개막한다는 목표로 추진돼온 여자프로농구 출범이 실업구단들의 잇따른 '아마추어 잔류 선언' 으로 무산될 위기다.

태평양 구단이 18일 아마추어 잔류를 선언한데 이어 코오롱 구단도 19일 프로불참방침을 확정했다.

코오롱은 오는 23일 있을 한국여자농구연맹 (WKBL) 소속팀 단장회의에서 이사실을 밝힐 예정이다.

그동안 프로출범에 적극성을 보여온 코오롱의 갑작스런 불참 선언은 대세에 떠밀려 참여해온 나머지 구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구단경영이 쉽지 않은 한국화장품과 대웅제약 등도 불참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고 농구계는 보고 있다.

이에따라 프로에 동참하지 못하면 구단의 존립근거가 약해진다는 위기감 때문에 프로참가를 결정했던 나머지 구단들도 방침을 재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로출범 작업을 주도해온 삼성생명의 조승연총감독은 연쇄적인 프로불참선언에 대해 "구단을 보유한 기업들이 재정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 불참쪽으로 선회하는 것같다" 며 "이렇게 되면 프로추진은 사실상 어렵다" 고 우려했다.

그러나 조감독은 "WKBL은 남자프로와 달리 규모가 작고 출연금 규모도 3억~5억원 선이다.

신인 드래프트를 채택하므로 과거처럼 선수 스카우트에 수억원을 지출할 필요가 없어 재정부담은 그다지 늘지 않는다" 며 구단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WKBL은 당초 한두 팀이 불참해도 나머지 팀으로 원년리그를 시작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아마잔류팀이 더 늘어나면 프로추진의 명분이 흐려지고 연맹과 리그자체의 규모가 왜소해져 출범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WKBL은 오는 23일 구단장회의를 열고 프로설립위원회를 구성, 프로출범을 본격화하려 했다.

그러나 태평양등의 이같은 움직임으로 구단장 회의가 오히려 '프로포기 선언장' 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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