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즐겁게> 충청도 음식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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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충청도를 가리켜 호서지방이라고 하지만, 서울까지 포함한 경기지역까지 하나로 묶어 기호 (畿湖) 지방이라고 한다.

이는 충청권이나 서울까지 포함한 경기권이 풍토적으로 엇비슷한 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두 지역의 식문화도 엇비슷한 것을 뜻한다.

서울은 정도 6백년의 수도답게 음식문화도 사뭇 다양하다.

위로는 궁중식 (宮中食) 부터 반가 (班家) 와 서민의 식문화가 고루 퍼져 있어 다양할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전혀 달라져 전래의 음식맛을 잃어가고 있는 처지가 되었다.

서울태생인 나는 스스로의 식성을 가리켜 '서울의 서민다운 조촐한 입맛' 이라고 표현한다.

그 서울의 서민다운 조촐한 입맛을 이제 서울에서 만나보기 어렵게 된 것이다.

오히려 같은 기호권에 속하는 충청도에서 근근이나마 그 조촐한 맛을 만날 수가 있다.

그럼 충청도를 포함함 기호권의 조촐한 입맛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마치 우리의 고전적인 피리소리와도 같다.

즐겁고 기뻐도 뛰고 날지를 않고, 슬퍼도 울거나 흐느끼지 않는, 떠들썩하지 않은, 혀에 감치는 맛이다.

맵고 짜지가 않아 간이 안된 듯 심심하면서도 입에 달라붙는 은은한 맛, 간과 고명이 알맞게 된, 정성을 다한 음식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결코 지나치지 않은 것이 조촐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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