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경선 흑색선전으로 날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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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한국당 경선막판이 흑색선전 공방으로 어지럽다.

제헌절인 17일 이인제 (李仁濟) 후보는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격앙된 표정으로 "나에 대한 악의적인 흑색선전을 담은 인쇄물이 배포되고 있다" 며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며 정치적 책임을 반드시 따지겠다" 고 말했다.

李후보측이 공개한 흑색선전 사례의 하나는 '이인제는 이회창.박찬종의 저격수다' 라는 내용을 담은 모 시사주간지가 최근 대의원들에게 배포되고 있다는 것. 李후보의 한 측근은 "발신자도 없이 우편으로 대의원들에게 무더기로 배달되고 있다" 고 비난했다.

지난 15일의 인천 합동연설회때는 '이인제의 숨겨진 5대약점' 이란 기사가 씌어진 또다른 시사주간지가 마구 뿌려졌다.

그러나 정작 이 기사는 다섯가지 약점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없고 '이인제의 인기는 거품이다' 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 17일엔 음성 - 진천의 민태구 (閔泰求) 위원장의 이름이 적힌 4장짜리 편지가 충청도 지역 대의원들에게 일제히 배포됐다.

이 편지는 '충청도 출신 이회창과 이인제를 밀면 김대중.김종필 연합군에 필패한다.

그러니 이수성후보를 밀자' 고 돼 있다.

이에 대해 당 주변에선 "편지에서 거론된 후보 3인 모두를 망가뜨리려는 측의 장난일 가능성이 크다" 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한동 (李漢東) 후보측은 "최근 여론조사기관을 사칭한 각종 매터도가 난무한다" 고 주장했다.

특정후보 두사람만의 이름을 불러준뒤 "이 두사람중 누가 1등을 할거라고 보느냐" 고 묻는다는 것이다.

李후보측은 또 "모후보측이 언론기관의 여론조사를 빙자해 대의원별 지지성향을 알아낸후 해당 지지위원장에게 자기측을 지지하지 않는 대의원 명단을 넘겨 단속하도록 하고 있다" 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 후보측에 속한 위원장들은 문책이 겁나 대의원 단속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이같은 흑색선전은 특히 상위권 후보들을 상대로 집중되고 있다" 며 "이러한 작태는 제살깎기 경쟁" 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야당후보들과 맞붙는 본선에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고 개탄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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