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 '엄마,엄마,엄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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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엄마,엄마!, 원제 I Want My Mum!
토니 로스 글·그림, 민유리 옮김
베틀·북, 22쪽, 7500원

토니 로스의 책은 읽는 사람을 즐겁게 한다. 주인공들의 익살스러운 표정이 살아 있고, 책의 마지막에는 예상치 못한 뒤집기가 있다.

토니 로스라는 작가 자체도 유쾌한 사람이다. 지난 4월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만난 그는 빨강 양말에 초록 구두를 신고 다녔다. 중년인 그는 “초록 구두를 신고 걸으면 잔디 위를 걷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그때 “내가 추구하는 것은 첫째도 재미, 둘째도 재미”라고 했다.

그의 새 책 『엄마,엄마,엄마!』역시 그림만 봐도 웃음이 나는 책이다. 전혀 공주답지 않게 생긴 주인공 ‘공주’가 목젖이 다 보일 정도로 입을 벌리고 울다가 엄마의 위로 한마디에 금세 눈을 동그랗게 뜨고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는다.

책은 공주와 엄마의 사랑을 줄거리로 하고 있다. 공주는 쉴새없이 “엄마!”를 외치고, 그때마다 엄마는 해결사 역할을 한다. 공주가 그림을 그리다 물통을 엎질러 그림을 엉망으로 만들고는 엄마를 찾으며 울어대면 엄마는 “정말 멋진 그림이구나. 비오는 날이네”라며 공주의 기분을 맞춰준다. 공주가 달걀을 안먹겠다고 고집부릴 때는 “공룡 알이 어디서 났지? 맛있겠다!”며 공주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는 공주를 공작부인 집에 맡겨놓고 해방감을 만끽한다. 그런데 웬걸 엄마는 몇시간도 지나지 않아 그렇게 쉴새없이 귀찮게 굴던 공주가 보고싶다며 눈물 흘린다. 재미있으면서도 가슴 뭉클한 반전이다.

책의 곳곳에 작가의 장난기가 어려있다. ‘뾰루지를 조심합시다’라고 쓰여진 포스터가 붙은 병원의 의사선생님 얼굴에 뾰루지가 잔뜩 나 있고, 공주와 함께 병원에 간 곰돌이 인형이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다.

엄마와 아이의 사랑과 믿음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경쾌하게 풀어낸 이 그림책의 대가는 영국과 독일의 그림책 상을 많이 받았고, 네덜란드의 실버 페인트 브러시 상을 세 차례나 수상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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