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경인더스트리 명예퇴직후 한식점 낸 김무규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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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공장에서 일하다 그만두고 다른 곳에 재취업하기란 하늘에 별따기죠. 구식 기계를 만지던 사람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생산직 명퇴자들은 퇴직금으로 식당을 차렸습니다.

" 경기도 수원시 파장동 환경보건연구원 진입로에 위치한 한식당 '일송회관' 을 운영하고있는 김무규 (金武圭.41) 사장. 지난해 9월 17년간 근무하던 수원공장을 떠난 그는 당시 폴리에스터 생산과 조장이었다.

공장자동화설비 구축으로 10여년간 자신의 손때가 묻은 기계가 철거되자 가슴이 무너지는 듯 했다.

막상 회사가 명예퇴직을 실시하자 좋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金조장은 정든 직장을 떠날 자신이 없었다.

부인과 세 딸의 만류와 30대후반에 낳은 늦동이 아들의 장래 걱정도 퇴직을 망설이게 했다.

그는 퇴직전에 "아내가 '앞으로 자식들에게 아버지 직업을 무어라고 할것이냐' 며 다그칠 때는 눈물이 핑돌았다" 며 힘겨운 결정이었음을 토로했다.

그러나 회사에서 할 일을 잃고 점점 초라해져가는 자신을 보면서 결국 金조장은 사직서를 냈고 1억원 조금 넘는 퇴직금을 받았다.

"함께 일하던 18명중 15명이 퇴직했죠. 다들 인생의 기로에서 힘든 결정을 했지요" 퇴직하자마자 그는 3년전 사교육비를 벌기 위해 아내가 시작한 수퍼 옆에 30여평 규모의 정육점과 식당을 차렸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수퍼 문을 열고 인근 농장을 찾아가 정육점과 식당에서 쓸 고기를 사는등 하루종일 일하다 귀가하는 시간은 다음날 새벽 1시쯤. 월 매출은 가게 3군데에서 4천만~5천만원정도. "직장 다니는 게 제일 힘든 줄 알았지만 자영업은 오히려 더 힘들더군요" 한동안 회사에 출근하는 꿈을 꿀 정도로 괴로왔지만 후회는 안한다고 그는 말한다.

수원 =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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