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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톱> KBS1 '녹색보고 나의 살던 고향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풀빛 베짱이 풀잎에 매달리어/찌르르 울을 제에 난데없는 양미 (凉味) 돈다/처마끝 발 들이니 시원 더욱 하고나' (변영로 '베짱이' ) . 매미.여치.베짱이.사마귀…. 요즘 아이들에게 이런 곤충들은 거의 곤충도감에만 있는 것들이다.

환경파괴때문에 곤충채집이 어린이들 방학숙제에서도 빠져버린 지금, 풀숲에서 이들이 들려주던 '한여름밤의 교향악' 에 대해서도 알 리가 없다.

그래도 30줄이 넘어선 어른들은 기억하리라.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벌레들의 합창을 들으며 밤하늘의 별을 세던 어릴적 추억들을. 어느새 자연에 낯설어진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이색 다큐멘터리가 17일 밤11시40분 방송된다.

KBS1 '녹색보고 나의 살던 고향은' 팀이 강원도 영월의 작은 산골을 무대로 1년여 동안 준비한 '영상기록 - 곤충에 관한 네가지 이야기' (연출 백항규) . 3년간 물속 생활을 마치고 찬란한 비상을 꿈꾸는 노란측범잠자리, 말벌의 습격을 막기 위해 저항하는 꿀벌, 선서구메뚜기와 사마귀의 혈투등 우리 토박이 곤충들의 삶과 죽음이 아름다운 영상으로 그려진다.

특히 한겨울 성충으로 눈보라를 맞으면서 겨울을 나는 묵은실잠자리와 남방시알붐나비의 월동 모습은 학계에서도 논문으로만 보고됐던 것으로 영상으로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 프로그램은 모두 네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1장 '여름, 그 더위처럼 치열한 삶' 에서는 장마를 견디는 곤충들의 지혜를 비롯, 먹이다툼과 다른 곤충과의 먹이사슬등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소개된다.

2장 '가을, 생과 사의 갈림길' 에서는 곤충들의 겨울나기 준비모습, 3장 '겨울, 곤충들은 어디에' 에서는 곤충들의 다양한 겨우살이 모습이 각각 펼쳐진다.

4장 '새로운 여름 새로운 탄생' 에서는 곤충들의 짝짓기와 탄생의 모습을 담았다.

연출을 맡은 백항규PD는 "이 땅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던 작은 곤충들을 통해 인간도 자연의 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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