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날치기 통과는 '국회권한 침해' 결정" 관련 야당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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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회의원에게 본회의 개회를 고지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의결은 국회의원의 권한을 침해한 것' 이란 헌재 (憲裁) 의 결정은 정치권의 여러 관행에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신한국당의원들이 단독 처리한 안기부법 재개정은 물론 당시 여권 관계자들의 책임소재등도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야당을 대표해 이 문제를 헌재에 제기한 국민회의 이상수 (李相洙) 의원은 "사법부가 그간 정치권의 문제에 대해 침묵해온 관행을 깼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조치" 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과거 야당이 계엄령 선포나 날치기 통과의 법적 정당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법에 규정이 없으므로 헌법재판의 대상이 아니다' 고 해온 태도를 바꿔 3권분립의 정신을 적극적으로 구현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앞으로 국회나 행정부가 법적 논란을 낳는 조치를 내릴 때 이번의 헌재 결정이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결정에 따라 "여당 단독의 날치기는 이제 불가능해졌다" 는게 여야 의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간의 여당 단독 처리가 모두 야당의원들에게 회의 소집을 알리지 않은채 이뤄진 것은 아니나 어떤 형태였든 날치기에 대해 위헌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의 종말이 예견되는 것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즉각 "이번 결정은 날치기에 대한 사형선고" 라며 "여당은 앞으로 어떤 형태의 날치기도 시도하면 안된다" 고 못박았다.

안기부 수사권 문제는 다시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여야가 합의해 다음 정부로 처리를 미루지 않는한 대선 정국의 또다른 쟁점으로 부상할 것같다.

변칙 개정된 안기부법으로 기소된 사람들이 국가를 상대로 무더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는 상황도 상정할 수 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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