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박찬종,가시돋친 舌戰 - 신한국당 대전.충남 합동연설회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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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아까도 악수했지만 기자들이 보니 또 합시다.

안하면 또 이상한 눈으로 볼테니까요. " 16일 오후 대전.충남 합동연설회장 귀빈실에서 신한국당 이회창후보는 박찬종후보에게 악수를 건넸다.

朴후보가 금품수수 의혹을 제기한지 사흘째 합동연설회는 평온을 예고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두 후보는 막상 연설이 시작되자 전보다 더 가시돋친 설전을 주고 받았다.

…먼저 단상에 오른 朴후보는 연설 서두부터 "어디서 만들어졌는지 모를 검은 돈이 신성해야 할 경선무대를 오염시키고 있다" 며 "경선자금 파동이 일어나 청문회가 이뤄지는 불행한 일이 생기면 본선에서 당이 승리할 수 있겠느냐" 고 공세를 취했다.

그러자 곧바로 반격에 나선 이회창후보는 "우리 경선이 돈에 휘둘리고 부정으로 휩싸인 것처럼 비치는데 아무 근거도 제시 못하고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얘기해 문제를 일으키는 구태는 이제 벗어 던져야 한다" 며 朴후보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금품수수설 공방에서 제3자격인 나머지 후보들은 각자 처한 입장에 따라 가세하거나 또는 아예 개입을 피하는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이수성 (李壽成) 후보는 당초 연설문에서 강도 높은 진상규명을 촉구했던 대목을 연설때는 빼 버렸다.

최병렬 (崔秉烈) 후보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최근 의혹이 증폭된 돈문제만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고 말했다.

이한동 (李漢東) 후보는 "대의원 줄세우기와 중상모략은 정권 재창출의 걸림돌이 될 뿐" 이라고 말해 특정인을 편들지 않는 모습. 반면 김덕룡 (金德龍) 후보와 대의원지지율 2위인 이인제 (李仁濟) 후보는 금품수수 공방을 철저히 비껴 갔다.

金후보는 "맨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진짜 승리자" 라고 말했고 이인제후보는 여론조사 1위를 강조한 뒤 "당이 민심을 외면하면 하늘이 우리당을 버릴 것" 이라고 호소했다.

…연설회전 귀빈실에서 대기하던 후보들은 서로 친소 (親疏) 관계에 따라서만 악수를 나누는등 신경전을 벌였다.

먼저 도착한 이수성후보와 최병렬후보는 "소신이 있어 보기 좋다" (이수성) 는등 덕담을 나눴으나 이회창후보와는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러나 잠시후 김덕룡후보가 들어서자 이회창후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충남이 고향인 이회창후보와 이인제후보는 "이 지역에서 승리해야 충청권의 적자 (嫡子) 임을 인정받는다" 며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안간힘. 이회창후보측은 "충남.대전 대의원의 적어도 60%는 이미 장악한 상태" 라고 주장. 그러나 이인제후보측에서는 "일반유권자 지지는 이회창후보를 2배 이상 차이로 따돌리고 있다" 고 응수 한편 이회창후보와 박찬종후보는 이날 연설회장에서 기자회견 시간을 둘러싸고 숨바꼭질을 거듭하며 신경전. 두 후보는 당초 연설회장에 도착하자마자 기자회견을 하기로 돼 있었으나 서로가 "상대방의 회견내용을 본뒤 하겠다" 며 연기. 그러나 기자들이 "마감시간이 촉박하니 가능하면 빨리 해달라" 고 재촉하자 李후보측은 오후3시쯤 기자회견 내용만 미리 배포한 뒤 정식회견은 연설이 모두 끝난 오후5시에 하기로 결정. 朴후보측도 "이만섭 (李萬燮) 대표서리의 청와대 주례보고 결과를 본 뒤 하겠다" 며 가급적 회견시간을 뒤로 늦추려는 인상. 대전 = 김종혁.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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