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부도협약 적용 자동차부품업체 연쇄부도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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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자동차 부품업계에 '기아한파 (寒波)' 가 몰아치고 있다.

기아그룹이 부도유예협약 대상기업으로 선정된 16일부터 기아자동차의 협력업체들은 금융기관들로부터 어음할인을 제대로 못받는등 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특히 부품업체들은 하청업체들이 현금을 주지않으면 물품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버티면서 부품업체의 어음을 거부하고 있어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부품업체들에 연쇄부도의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업체 근로자들도 술렁거리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1차 협력업체인 D사 사장인 K씨 (66) 는 15일 오후 거래은행으로부터 기아그룹이 발행한 어음은 이제 할인이 안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당장 어음을 할인해 원료대금을 줘야하는 K씨로서는 '부도' 라는 말이 자신의 일일수도 있다는 긴장감에 싸여있다.

K씨는 생산품의 전량을 기아및 아시아자동차에 납품하고 물품대를 월4회로 나누어 2개월짜리 어음으로 받아왔다.

납품대금으로 받은 어음을 만기전에 은행에서 할인해 원료비등을 지불해 왔던 K씨로서는 앞길이 막막해 질 수밖에 없었다.

이달중 원료비로 1억원을 지불해야 하고 9월말까지는 최소한 6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데 부도유예협약 적용으로 그 자금을 구할 방도가 없어진 것이다.

"부도유예협약 때문에 은행들이 기아그룹 발행 진성어음을 할인해 주지 않으면 대부분의 협력업체들이 한달내에 도산할 수밖에 없다.

협력업체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기아자동차의 정상화는 2차 문제고 기아자동차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말것이다.

" K씨의 말이다.

부도유예협약에 따르면 어떤 기업이 협약대상으로 선정되면 그날부터 해당 회사가 발행한 진성어음의 할인이 중단된다.

진성어음 할인이 재개되려면 채권금융기관의 1차대표자회의를 거쳐 정상화 지원여부가 판가름나야 한다.

협약적용 이후 정상화 여부가 결정되려면 최소한 75일 정도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 협력업체들은 이 기간중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설사 어음을 만기까지 들고 있다가 지급요청하더라도 기아계좌에 자금이 없으면 부도처리되기 때문에 기업입장에서는 마찬가지 결과를 당하게 된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는 16일 발표한 '기업경영 정상화를 위한 긴급제언' 에서 "협력업체의 연쇄부도를 방지하기 위해 긴급 부도방지기금이 조성돼야 한다" 고 주장했다.

송상훈.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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