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유래>일산 '정발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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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일산신도시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정발산은 호수공원과 함께 주민들이 즐겨 찾는 휴식공간으로 장항.일산.마두동등 3개동에 걸쳐 있는데 산 이름의 유래는 크게 3가지다.

1755년에 펴낸 '고양군지' 에 따르면 이 산의 모양새가 멀리서 보면 큰 가마솥을 엎어 놓은 것 같다하여 붙여진 '정발산 (鼎鉢山)' 이 그 하나요, 옛날 산밑인 낙민마을 (현 마두1동)에 정 (丁) 씨가, 지금의 강촌마을인 마두2동에는 박씨가 각각 많이 살아 '정박산 (丁朴山)' 이라 부르던 것이 변했다는 게 다른 하나이다.

나머지 한가지는 어느 시절인지 모르지만 정씨 성을 가진 판서가 이 산에 선영을 모시자 그때부터 꽃이 만발하게 돼 '정발산 (丁發山) 이라 부르기 시작했다는 설 (設) 이다.

하지만 뒤의 두 가지는 아무래도 견강부회한 느낌이 강한 속설일 뿐이다.

하기야 신도시로 개발되기 전까지만 해도 낙민마을에 초계 정 (鄭) 씨가 많이 살았고 정발산 기슭에 청주 경 (慶) 씨, 안동 김씨등의 묘가 많기는 했지만 아귀가 맞아떨어지지 않음에랴. 지금의 마두동 (馬頭洞) 은 정발산에서 내려다 볼 때 마을 전체가 말머리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낙민마을 = 머리▶정발산 = 몸뚱이▶개성 설 (薛) 씨의 집성촌이었던 설촌 (3동) 과 찬우물동네 (冷村 : 4동) =꼬리를 이루는 형상이다.

이에 따라 특히 꼬리부분인 찬우물동네의 경우 '낙민마을에서 먹은 것을 배설하는 형국이니 무엇이든지 쌓이는 곳' 으로 통했는데 이같은 믿음때문인지 해주 최씨가 많이 살았던 이 동네는 실제 부잣골로 불릴 정도로 부자들이 많이 살았다.

한편 냉촌.설촌.강촌.낙민.노루메기.닥밭등 정발산 주변 6개 촌락에서는 오래전부터 2~3년마다 음력 3월 마을의 진산인 이 산에 모여 마을전체의 안녕을 축원하는 도당굿을 벌여오고 있다.

이 도당굿은 괴질로 숱한 사람이 죽어가던 옛날 설촌 능안골에 사는 한 노인이 '빨간 옷차림의 동자가 한강을 건너오는 것을 흰수염이 성성한 노인이 쫓아버리는' 꿈을 꾸었는데 백수노인이 바로 정발산 산신령으로, 덕분에 정발산 인근 마을은 무사했다는 전설에서 유래됐다.

이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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