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 특수강.아시아자동차.기산 3大부실에 부도위기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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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기아그룹이 끝내 부도방지협약 대상기업으로 지정된 것은 기아특수강등 주력 계열사의 과잉투자로 자금부담이 누적된데다 최근 자동차 내수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이 중첩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최근 자금압박설과 이에 따른 제2금융권의 대출금회수및 대출자금 회전기피 현상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기아그룹에서 특히 자금사정이 나빠 그룹을 위기에 처하게 한 것은 기아특수강.아시아자동차.기산등 3개 계열사. 기아특수강과 아시아자동차는 90년대초 대규모 투자를 했고 그것이 결국 그룹전체 자금난의 진원지가 됐다.

기아특수강의 경우 지난 80년대말 대한중기를 인수한뒤 군산공장을 확장하는등 대규모 투자를 했다.

당시 기아그룹 최고경영진들은 특수강이 자동차 소재산업이 되는데다 특수강 수급예측도 괜찮을 것으로 보고 대한중기 인수에 적극적이었다.

자동차 전문그룹으로서 특수강 사업과의 연관효과까지 염두에 두고 사업확장에 나선 것이다.

당시 군산의 기아특수강 공장을 확장하는등 투자규모만해도 9천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몰아닥친 철강업계의 전반적인 찬바람과 경기부진은 기아특수강을 압박해 왔다.

그에따라 이 회사의 지난 2년간 누적적자만해도 1천6백억원 가량에 이르면서 각종 루머가 나돌았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3천2백억원 가량. 2년간 누적적자가 한해 매출의 절반에 달하는 것이다.

그에 따라 지난해말 현재 총부채는 1조3천1백억원을 넘어섰다.

아시아자동차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시아는 기아자동차에 이어 그룹에서 두번째로 비중을 차지하는 계열사로 생산차량은 대형트럭.대형버스.지프.소형승용차.소형승합차등. 이 회사도 2년전부터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기아특수강과 함께 그룹의 자금난을 악화시켜왔다.

아시아는 자동차 호황기인 80년대 대형버스와 트럭등의 수요증가에 힘입어 성장한 업체다.

이 성장세에 힘입어 아시아는 생산라인에 대한 대규모 증설에 들어가 92~93년간 경상용차 타우너.대형엔진.특장차등에 대한 투자를 강화했다.

그때 들어간 투자액수는 약 2천5백억원 가량. 하지만 이같은 집중적인 투자는 최근 2년여간 타우너에 대한 수요가 생각만큼 늘지않음에따라 애로에 봉착했다.

지난해 매출은 1조6천8백억원으로 95년 (1조6천68억원)에 비해 4.5%의 성장에 그쳤다.

그에 따라 94년 72억원 흑자였던 당기순익이 95년 들어서는 적자로 반전되면서 95년 83억원, 96년 2백94억원으로 적자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 회사의 총부채는 지난해말 현재 2조2천4백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들 두 계열사외에 건설업체 기산의 경우도 사업실적이 부진해 지난해 67억원의 적자를 냈다.

기아그룹은 모기업인 기아자동차의 매출및 수익증대에 마지막으로 기대했으나 그마저도 자동차 불황으로 빛을 보지못했다.

그룹 주력중 지난해 유일하게 70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기아자동차지만 올해들어 경쟁사의 대대적인 신차공세및 소비자들의 수요감퇴 영향으로 매출이 기대만큼 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기아그룹의 자금줄 역할을 맡는 회사가 없는 것이다.

각 계열사의 자금난은 기아자동차를 둘러싼 흡수.합병설과 맞물려 그룹을 더욱 궁지에 몰아넣었다.

올해초 노동법과 관련한 노조의 파업도 악영향을 미쳤다.

제2금융권의 어음결제요구등이 잇따라 결국 기아그룹은 부도방지협약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박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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