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성실한 면 높은 점수 … ‘남과 다른 나’ 차별화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자문단이 분석한 이하늘씨 면접

Q 자기소개를 해 보라.

A 1992년 일곱 살 때 부모님을 따라 중국에 가서 12년 동안 공부했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한국에 왔다. 장점은 중국어를 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국 문화와 중국인의 사고방식을 잘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자기소개는 자신을 기업에 팔기 위한 첫 관문이다. 자기소개서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옮기듯 답하지 말라. 개성이 전혀 안 보인다. 자기소개서에 적지 못한 부연설명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자신만의 독특한 장점이 있으면 이를 강하게 호소하라.



Q 성장하며 가장 어려웠던 때는 언제였나.

A 중국에서 생활할 때 한국어도 잘 못하는 등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외환위기 당시 한국인이 많이 오는 국제학교에 입학했는데 한국 아이들이 나를 ‘중국스럽다’며 따돌렸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

▶ 면접관들은 ‘어떻게 극복했나’까지 묻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극복 과정을 조리있게 말하라.



Q 화장품이나 영화 같은 문화상품을 파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회사가 터무니없는 목표치를 주며 중국 야시장에서 팔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A 잘 팔 수 있을 것 같다. 국내에 온 중국인을 대상으로 자원봉사 통역을 하면서도 화장품이나 의류를 추천하며 홍보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이벤트로 눈길을 사로잡겠다.

▶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자세를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 남대문시장에서 판다면 그 분위기에 맞게 ‘골라 골라’하며 판다. 중국의 야시장에도 독특한 분위기가 있을 것이다. 그 분위기를 전달하고, 그에 맞춘 판매전략을 피력하라. 또 끼를 발휘하는 것은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하라. 일반 회사에서 보는 끼는 창조적인 생각과 기획력이다.



Q 중국통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걸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금융위기 속에서도 중국 소비자가 화장품을 사도록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하나 제시해 보라.

A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 중국은 가난의 굴레에 있다 이제야 미(美)를 추구하려는 욕구를 보인다. 그걸 자극하겠다.

▶ 중국인의 저변의식까지 알고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그러나 영업과 마케팅은 다르다. 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도 구체적이지 못하고 피상적이다. 자신의 장점과 접목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일반론적인 얘기로는 남들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지 못한다. 영업직을 희망한다면 제품에 대한 기본적 지식은 갖추고 면접에 임하는 것이 좋다.


Q 최근에 읽었던 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어떤 것이 있나?

A ….

▶ 토익과 같은 취업에 필요한 것만 섭취한다는 인상을 준다. 꼭 책이 아니라도 된다. 영화나 다큐멘터리 같은 것을 얘기해도 된다. 그것에서 어떤 것을 얻었는지를 피력하라. 면접에는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면접할 때 던지는 질문은 정답을 보려는 게 아니라 어떤 필링(느낌)을 면접관에게 주는지를 따지려는 것이다.



실전 면접 평가

목소리 너무 작으면 자신감 없어 보여

이하늘씨는 안정감 있고 순발력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솔직하고 차분하며 성실하다는 인상을 줘 신뢰감을 준다. 그러나 그가 면접시험을 볼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남과 다른 나만의 특성을 잘 표현해 내는 차별성’을 갖춰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천편일률적인 답변으로는 기업에 “나를 사십시오”라고 세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근면 대표이사는 “상당히 면접을 잘 봤다. 균형 잡힌 인상에 대인 관계도 좋다는 느낌을 줬다”고 말했다. 이 대표이사는 그러나 “중국어 구사 능력과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강조해 자신의 강점을 잘 드러낸 반면, 기획력이나 창의성 면에선 두드러진 인상을 받지 못했다”고 평했다. “어디서 본 듯한, 일반적인 얘기가 많아 다른 사람과의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최영미 이사는 “자기소개서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옮기듯 말하기보다는 자기소개서에 적힌 내용은 간략하게 하고, 스스로를 잘 나타낼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면접관들은 이미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검토했기 때문이다.

김준성 평론가는 "일부 질문에 지나치게 작은 음성으로 대답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자신감이 결여된 것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최 이사는 특히 “한국 생활이 짧아서인지 한국을 잘 모른다는 느낌을 준다. 한국 문화를 좀 더 경험하고, 한국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라”고 주문했다. 이씨가 몸담을 기업은 한국에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라는 얘기다.

이 대표이사는 “답변할 때 질문에 대한 결론을 먼저 얘기하고, 이에 대한 부연설명을 구체적이고 간단하게 요점 위주로 하는 것이 더 좋다”는 주문도 했다. 특히 “면접에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면접위원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 지가 중요하다. 구체적인 사실에 근거해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자신을 드러내라”고 조언했다.

김기찬 기자



총평

중국어 구사 큰 강점 … 한국 문화 더 익혀야

이하늘씨는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중국인의 의식과 문화를 제대로 꿰고 있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이씨의 희망대로 중국 무역이나 마케팅 쪽을 집중적으로 노려보는 것이 좋다. 다만 한국 문화를 좀 더 익히고, 무역이나 마케팅 실무에 대한 공부를 더 해야 한다.

영어 실력을 쌓을 필요도 있다. 중국에서도 영어는 무역이나 마케팅을 할 때 필수 언어로 통하기 때문이라는 게 컨설턴트들의 지적이다.

이씨는 컨설팅을 받은 뒤 “한국의 문화와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낀다”고 말했다. 이것이 취업에 가장 큰 방해 요소라는 컨설턴트들의 조언에 따른 반응이다. 그래서 그는 “신문을 열심히 읽고 경제 지식을 쌓는 데 매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컨설팅을 받으면서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은 큰 소득”이라고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