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촘촘한 안전망으로 복지 사각지대 줄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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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실업·폐업이 급증하며 중산층에서 가난의 나락으로 곤두박질치는 신빈곤층이 급증하고 있다. 서울에서만 한 달에 3000명이 개인파산을 신청하며, 전국 실업자 수가 머잖아 1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 한다. 급작스레 생계수단을 잃은 이들은 기존 사회 안전망에서 소외돼 있어 말 그대로 극한 상황에 처해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시급한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자면 현행 복지 시스템의 틀을 곧이곧대로 고집해선 안 된다.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낸 ‘봉고차 모녀’처럼 당장 생계가 막막한데도 자산·소득 기준이 초과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긴급지원 대상자로 선정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올 1월부터 정부가 운영 중인 ‘민생안정지원 제도’의 문을 두드린 8만5000 위기 가구 중에도 상당수가 이런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했다. 비단 신빈곤층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2007년 정부 조사 결과 기초생활보장 신청자 중 247만 명이 자산이나 부양가족 기준에 걸려 탈락했다. 부모를 나 몰라라 하든 말든 돈 버는 자식이 있으면 지원 대상이 못 되는 식이다.

물론 복지 예산에 한계가 있으니 일정 기준은 불가피하다. 제도의 빈틈을 노린 무자격자들에게 귀한 예산이 낭비되는 일도 막아야 한다. 그러나 틀에 박힌 기준에 맞춰 무 자르듯 지원 대상을 정한다면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구제할 길이 없다. 현장 조사가 중요한 건 그래서다. 서류상 요건은 맞추지 못해도 직접 찾아가 살피면 정부 지원이 꼭 필요한지, 돕는다면 어떤 방법이 가장 효율적일지 판단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일을 맡을 일선 복지 담당 공무원이 태부족이라는 점이다. 공무원 한 명이 300가구를 맡는 셈이라 전화 민원 처리도 벅차다. 공무원 충원이 힘들다면 인턴이든 자원봉사자든 가용 인력을 최대한 확보해 현장에 투입해야 한다. 민간 단체와의 협력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사회 안전망을 촘촘하게 만들어 최저생활도 안 돼 신음하는 국민을 줄이는 데 국정의 우선순위를 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