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말레이시아 경쟁력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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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동남아 경제주도권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간의 경쟁이 뜨겁다.

동남아의 대표적 지도자 자리를 놓고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총리와 싱가포르의 리콴유 (李光耀) 전 총리가 벌여온 해묵은 자존심 싸움에다 양국간 경제주도권 쟁탈전이 겹쳤기 때문이다.

여기다 홍콩 반환이후 제2의 홍콩을 찾아 방황하는 화교 (華僑) 자본의 유치를 놓고 양국이 벌이는 유치경쟁도 두나라 간의 뜨거운 경쟁의 열기를 높이고 있다.

리콴유와 마하티르간의 자존심 대결은 이미 동남아에 널리 알려져 있다.

李전총리는 싱가포르를 발전시킨 인물로 퇴임이후에도 동남아를 대표하는 지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최근 급속한 경제발전과 강력한 국정 장악력으로 동남아의 새로운 지도자로 떠오른 마하티르가 전방위 경쟁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싱가포르는 지난 65년 8월까지 말레이시아의 한 주였다 말레이인 우대정책에 반발한 화교 (華僑) 들이 주동이 돼 독립한 도시국가다.

이 때문에 양국간 관계가 껄끄럽고, 특히 말레이족 출신인 마하티르 대통령과 화교출신인 李전총리간의 경쟁심도 대단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말레이시아가 싱가포르에 대해 '경제 선전포고' 를 발해 양국간에 동남아 경제주도권 쟁탈을 위한 국가경쟁력 향상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말레이시아가 겨냥한 첫 목표는 싱가포르의 '항구' .세계 2위의 교역량을 자랑하는 싱가포르의 항구는 뛰어난 효율성을 자랑해 말레이시아 수출화물의 56%가 싱가포르항을 통해 외국으로 빠져나갈 정도다.

말레이시아는 자국의 수출물량을 자국 항구에서 우선적으로 처리하고 향후 다른 나라 물량도 확보할 목표로 12억달러를 투입, 말레이시아의 대표적 항구인 크랑항의 서항을 확장할 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2005년까지 현재의 처리능력을 약 3배로 확장해 싱가포르항을 통해 수출되던 말레이시아의 수출물량을 전부 이곳에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의 두번째 도전은 '공항' . 동남아 최고이자 싱가포르 경쟁력의 상징인 창이국제공항에 대항해 콸라룸푸르 국제공항을 98년에 완공시켜 싱가포르로 흐르는 물동량의 흐름을 말레이시아로 돌려 놓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갖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완공 이후에도 콸라룸푸르공항의 확장사업을 거듭해 2008년에는 3천5백만명, 2012년에는 4천5백만명의 여객을 유치, 싱가포르로 향하는 물동량의 상당부분을 빼앗을 계획이다.

말레이시아의 싱가포르에 대한 최종적인 도전은 싱가포르가 누리고 있는 '금융중심지' 역할을 대체하고자 하는 것. 83년 아시아 최초의 금융선물시장으로 설립된 싱가포르 국제화폐교환소 (SIMEX) 는 미국의 시카고상업교환소, 도쿄 (東京) 증권시장과 견줄만한 세계적인 금융시장. 그러나 말레이시아는 콸라룸푸르 증권시장이 싱가포르보다 크고 역동적이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여기에다 콸라룸푸르 인근 7백50평방㎞ 규모의 부지에 새 행정수도는 물론 각종 멀티미디어 관련 연구시설을 설립 아시아 최고의 '멀티미디어 슈퍼회랑 (回廊)' 을 건설해 동남아 경제의 주도권을 확실히 싱가포르로부터 빼앗아올 계획이다.

말레이시아의 이와같은 공격에 싱가포르도 강력한 대응을 선언하고 나섰다.

말레이시아의 저가 물량공세에 높은 기술력과 효율성으로 대응하겠다는 것. 싱가포르는 이를 위해 앞으로 5년간에 걸쳐 사고혁신에 총 11억달러, 기술혁신에 40억달러를 투자, 싱가포르를 아시아에서 가장 우수한 기술과 경쟁력이 있는 '지적인 섬나라' 로 변신시킬 계획이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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