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살포설에 곤혹스런 여당 지도부 분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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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한국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박찬종 (朴燦鍾) 후보가 제기한 이회창 (李會昌) 후보 금품살포설 (說) 의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우선 朴후보에 대한 당차원의 진상조사가 불가피해지는 분위기다.

朴후보가 주장한 의혹이 "원외위원장 2명 5천만원씩 제공" "제주대의원 2백여명 향응제공" 등 구체적 정황을 담은 데다 녹음등 증거가 있다고 주장한 때문이다.

당으로서는 이수성 (李壽成) 후보음해 괴문서파동은 두루뭉실 넘어갔지만 이번엔 사정이 달라졌다.

더욱이 이회창후보측도 "경선중반의 세불리 만회를 위한 朴후보의 정치공세" (黃珞周선대위원장) 라며 당지도부에 철저한 진상조사를 강도높게 촉구했다.

李후보측은 당차원에서 이번 사건을 명확히 매듭짓지 않으면 자칫 대세를 그르칠 수 있다고 판단, 강력대응 방침을 정했다.

14일 이만섭 (李萬燮) 대표서리등 당지도부를 찾은 양정규 (梁正圭).하순봉 (河舜鳳) 의원등 李후보측 참모들은 "진상조사가 어려우면 당차원에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 고발할 수도 있지 않느냐" 고 제시했다.

李후보의 한 측근은 "사실이 아닐 경우 朴후보의 즉각사퇴등 가시적 조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고 강조했다.

당은 종일 벌집을 쑤신 분위기였다.

李대표서리는 당직자회의에서 "朴후보는 즉각 증거를 당에 제출해야 한다" 고 역설했다.

그는 회의직후 민관식 (閔寬植) 경선관리위원장.박관용 (朴寬用) 사무총장을 대표실로 불러 긴급회의를 가졌다.

그러나 15일 오전 증거자료를 갖고 당대표실로 출석하라는 요구를 받은 朴후보가 "검찰이 조사에 착수해야 증거자료를 내놓겠다" 고 고집해 상황을 꼬이게 하고 있다.

괴문서유포 사건등에 대한 당차원 조사가 아무 실익이 없었다는 이유다.

그렇지만 朴후보가 자료제출을 끝내 거부하면 오히려 비난을 자초할 분위기가 당내에 형성되고 있다.

朴총장은 "당원으로서 당차원 조사를 위한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것은 당원의 도리가 아니다" 고 말했다.

박희태 (朴熺太) 원내총무.김중위 (金重緯) 정책위의장등도 "내용의 사실여부를 떠나 자료제출 거부는 당명불복" 이라고 가세했다.

朴 - 李후보의 논박에 비켜서 있던 여타 주자들도 경선전 철저규명을 한목소리로 촉구한다.

이수성 (李壽成) 후보측은 "경선전에 이 문제가 해결돼야 하며 朴후보도 조속히 증거를 제출하라" (李在五대변인) 고 했고, 이한동 (李漢東) 후보측도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짐을 떠맡은 당지도부는 그렇다고 해서 이 사건을 검찰에 넘길 수도 없어 내심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李대표서리는 "두 후보가 검찰에 고소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당내 문제를 어떻게 검찰에 의뢰할 수 있느냐" 며 선을 긋고 있다.

사태가 어떤 결말로 나든 당사자는 물론 당이 입을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을 전망이다.

<최훈.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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