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정치소설 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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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2월 대선으로 출판계도 덩달아 바쁘다.

장기불황에다 많은 이들의 시선이 대선정국에 쏠려 독서시장 자체는 상당히 움츠러들었지만 청와대 입성 (入城) 후보를 점치는 책들만은 활발하게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서 우선 눈길을 끄는 게 정치소설이다.

지난 91년 소설가 고원정 (高元政) 씨의 '최후의 계엄령' 은 노태우 (盧泰愚) 전대통령과 박태준 (朴泰俊) 씨의 민자당 탈당등을 예측, 1백만부 가까운 판매를 기록했다.

이런데 자극받아 올해에도 지금까지 10여종이 나왔고 하반기에도 줄을 이을 전망이다.

그러나 지난번 대선때와는 달리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작품이 거의 없다.

하루가 다르게 돌변하는 상황 탓에 작가들이 '그럴 듯하게' 스토리를 전개하지 못하는 점도 한 요인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소설들이 정치인들의 실명 (實名) 을 들어가며 나름의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다.

대개의 정치소설들은 대선 승자까지 단정하고 있는데 작가들이 특정 주자와 '관계' 를 맺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특정 여야 주요 주자 내지 후보들을 대선 승자로 점찍은 책들을 일별해 본다.

◇이회창 (李會昌) 후보 = 정치분석가 이찬행씨의 '먼저 부는 바람은 바람이 아니다' (대경출판刊) 의 예측. YS의 마음이 담긴 보고서를 간직한 대학교수의 실종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보고서를 찾으려는 각 캠프들의 암투속에 노동법 정국.한보 게이트.김현철 (金賢哲) 비리가 이어진다.

보고서는 불에 타 없어지지만 교수가 남긴 편지에서 소위 '김심' (金心) 이 李후보에 있음을 드러낸다.

李후보는 신한국당 경선에서 승리하고, 12월 대선에서도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김종필 (金鍾泌) 자민련총재에 압승한다.

◇이수성 (李壽成) 후보 = 소설가 고원정씨의 '마지막 대권' (열림원) 이 대표적 경우. 신한국당 최종경선에서 이회창후보를 누르고, 내각제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며 자민련 김종필총재와 손을 잡는다.

야권의 DJP연합은 결렬되고 김대중총재는 독자출마를 선언한다.

일부 시민들은 권영길 (權永吉) 민주노총위원장을 국민후보로 내세운다.

소설가 이범천씨와 기업인 신화철씨의 '불타는 청와대' (행림출판) 도 YS의 하룻밤 꿈이라는 허구적 장치를 통해 불타는 청와대를 진화 (鎭火) 할 인물로 이수성후보를 제시한다.

이번 대선도 지역구도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고, 대구.경북을 잡기 위해선 그가 최적이라는 분석. ◇이한동 (李漢東) 후보 = 언론인 박정진씨가 '왕과 건달' (전3권.화담)에서 박정희 (朴正熙) 전대통령 바람을 변수로 들며 이한동 후보의 당선을 점쳤다.

李후보가 朴전대통령의 뜻을 실천할 의지가 강하고, 지역감정에서 자유로우며, 실무능력도 우세하다고 지적. 신한국당 경선에서 떨어지면 JP와 한 배를 탈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대중후보 = 소설가 이원호씨의 '대통령' (한뜻) 의 상징적 결론.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이 청와대 불상 철거도중 떨어진 파편에 맞아 정신을 차리고 말 그대로 큰 정치, 새로운 정치를 펼친다는 구도아래 문민정부의 실정 (失政) 을 희화화한다.

YS.DJ.JP가 모여 내각제 개헌을 확인하고, DJ가 대통령에 오르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지난해초 출간된 조인옥씨의 '내가 대한민국 수상이다' (모아) 도 YS.DJ.JP의 연합에 따른 내각제 개헌을 예측했다 ◇기타 = 특정인을 지목하기보다 현실정치의 답답함을 비판한 소설들이 잇따르고 있다.

박정희 전대통령을 통해 리더십의 전형을 제시한 '인간의 길' (이인화 지음.살림) , 제2의 4.19로 정치권의 일신을 꿈꾸는 '평화주의자' (김상기 지음.카로스) , 오염된 정치권을 청소한다는 명분으로 모인 테러리스트들을 그린 '블랙테러' (이영민 지음.신원문화사) , 대선 직후 신정부와 보수파의 대립을 담은 '일어서는 나라' (손영목 지음.강천) 등이 나왔다.

'소설 김대중' (허수정 지음.무당) , 'JP, 영광과 도전' (이수광 지음.신원) 등 특정 정치인의 삶과 사상을 다룬 소설도 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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