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한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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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리언 패네타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가 5일(현지시간) 상원 인사청문회에 제출한 서면자료에서 2006년 10월 9일 북한의 핵실험을 ‘핵무기(Nuclear Weapon)’ 폭발 실험으로 규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북한 핵실험을 핵무기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핵장치(Nuclear Device)’ 폭발 실험으로 규정하며 평가절하해 왔다.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 때문이었다.

그런데 패네타 지명자가 핵무기 실험이었다고 밝힘에 따라 오바마 정부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하지는 않더라도 부시 전 행정부와는 다른 시각에서 대북정책을 검토하고 있다는 견해가 대두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미국 정권교체기에 몇 차례 이 같은 논란을 제공한 사례들이 있었다. 부시 전 행정부에 이어 연임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올 초 발행된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실린 기고문에서 “북한이 이미 핵무기 여러 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와 국방부 산하 합동군사령부(JFC)는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언급한 보고서를 냈다가 “실수”라며 수정한 적이 있다.

그래서 오바마 정부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북협상을 할 것이란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한반도 전문가인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선임연구원은 4일 “미 행정부 내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관련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체적인 워싱턴의 분위기는 북한 핵문제에 관한 한 미국의 기존 입장이 바뀔 수는 없다는 쪽이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미국의 입장은 명백하고, 흔들릴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미국은 발언에 슬쩍 끼워넣는 식으로 북한에 대한 정보 평가를 바꾸기보다는 오히려 공개적으로 할 것”이라며 “ 용어를 주의 깊게 사용하지 않은 데 대해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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