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태국 주변국 협력으로 돌파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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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경제난에 고통을 받고 있는 태국이 주변 아시아 국가들과 손을 잡고 난국 타개에 나섰다.

경기침체와 함께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투자가 크게 줄어든 태국이 중국.인도 등 이웃나라들과 협력을 통해 재기를 꾀하고 있는 것. 이같은 협력 관계는 태국 입장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기회로, 중국과 인도입장에서는 동남아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전략적 이해관계와 맞닿아 있다.

우선 중국과의 협력관계에서 태국은 고무.쌀 등 자국의 농산물을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은 옥수수.화학비료 등을 태국에 판매하는 등 양국의 교역은 크게 늘고 있다.

태국은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해소책으로 대 (對) 중국 수출을 추진하고 있고 중국은 '전략적 계산' 에서 호의적으로 태국의 입장을 받아주고 있다.

중국의 쌀 거래를 주도하는 업자가 홍콩인들에서 태국인으로 바뀌었을 정도다.

반대로 중국의 호의에 대해 태국도 T80 탱크와 미사일 등 무기구입에 나서는 등 협력은 긴밀해지고 있다.

중국이 노리는 것은 동남아 지역의 각종 현안에서 태국의 정치적 지원을 얻어내는 일이다.

대만문제나 아시아 지역의 미군주둔, 남중국해에서의 분쟁등 첨예한 대립이 있는 사안에 대해 중국은 동남아 지역국가들의 지지를 바라고 있고 더 나아가 동남아 지역 진출을 위해 태국을 그 교두보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태국은 중국 등 대북 (對北) 교류 뿐 아니라 인도 등 대서 (對西) 교류를 통해서도 활로를 찾고 있다.

지난 6월 방콕에서는 방글라데시.인도.스리랑카.태국 경제협력포럼 (BISTEC) 이 발족됐다.

태국과 인도 사이의 벵갈만 인근 국가들의 경제협력이 목적이다.

태국은 BISTEC을 통해 동남아 뿐 아니라 아시아 다른 지역으로 뻗어가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고, 인도도 이를 통해 버마등 동남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태국의 이같은 양방향 협력전략은 아시아 국가들이 일본.미국 등 통상 등에 있어 엄격한 선진국보다 융통성있게 다양한 분야로 협조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같은 협력관계의 궁극적인 승자는 중국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랫동안 중국 남쪽 바다로의 진출을 꾀하던 중국은 태국 등과의 협력을 통해 바다를 거쳐 벵갈만과 인도에 이르는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윤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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