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개혁 계승자는 나 뿐" - 부산 합동연설회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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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장마비가 퍼붓는 가운데 11일 오후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지역 합동연설회는 인산인해 (人山人海) 였다. 총 대의원은 9백41명이지만 호텔3층의 대연회장에는 3배 가까운 2천5백여명의 당원들이 몰려들었다. …합동연설회장인 부산 롯데호텔은 마치 신한국당 당사를 옮겨다놓은 느낌. 이회창 (李會昌).박찬종 (朴燦鍾).이인제 (李仁濟).최병렬 (崔秉烈) 후보는 10일 밤 광주에서 내려와 여장을 풀었고 취재단과 후보수행원.보좌관등 수백명이 몰려와 호텔은 때아닌 특수 (特需) 를 누렸다. 11일 오전 박찬종후보가 조찬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옆방에서 식사하던 최병렬후보가 "나도 기자들에게 할 말이 있다" 며 합석해 자연스런 공동기자회견이 성사됐다. 그러나 崔후보가 "대통령을 웅변 잘하는 사람으로 뽑아선 안된다. 참모들이 써준 원고나 잘 읽는건 의미가 없다" 고 비판하자 朴후보는 "난 원고갖고 연설 안하니까 날 지적한건 아니죠" 라고 추궁해 폭소가 터지기도. 또 바로 하나 건너 옆방에선 서청원 (徐淸源) 의원이 이수성 (李壽成)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겠다는 선언을 했고 다른 후보들측도 삼삼오오 모임을 가져 오전 내내 호텔이 국회를 방불케하는 분위기. 한편 이인제후보가 연설을 시작하자 이회창.이한동 (李漢東).이수성.김덕룡 (金德龍).최병렬후보등은 밖으로 나와 테이블에 둘러앉았지만 서로에 대한 감정이 악화된듯 별다른 대화없이 서먹한 분위기. …부산이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과 집권 민주계의 정치적 고향이라는 점을 의식해서인지 후보들은 金대통령과 문민개혁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최병렬후보는 경남출신이면서도 金대통령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이인제후보는 "나의 정치적 스승이며 은인인 金대통령을 탄생시킨 부산은 나에게 정치적 고향" 이라며 자신을 "문민정부의 정통 적자" 로 자임. YS 비서실장을 지낸 김덕룡후보는 "나는 金대통령이 가장 어려울 때 함께 했는데 여러분 나를 외면하겠느냐" 며 지지를 호소. 그는 "金대통령이 어려울 때 개혁계승의 짐을 떠맡겠다고 당당하게 말한 사람은 나말고는 없다" 고 주장. 이한동후보는 민주계 핵심인사를 열거하는 것으로 대신하면서 부산출신 박찬종후보를 "이시대의 탁월한 대중정치인" 이라고 치켜세웠다. 崔후보는 "金대통령은 인사가 만사 (萬事) 라 했지만 사람 쓰는 방법을 몰랐고, 정책의 우선순위도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으며, 선택된 정책조차 제대로 추진하는 방법을 몰랐다" 고 비판. 이수성후보는 "6.25때 부산으로 피난을 와 당시 장택상 (張澤相) 선생의 비서관이던 金대통령의 도움으로 시민증을 구할 수 있었다" 며 개인적 인연을 강조. 이회창후보는 개혁의 시행착오를 지적하면서도 "개혁의 근본방향은 옳았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며 金대통령을 "개혁의 큰 물줄기를 열어놓은 최초의 지도자" 라고 규정. 박찬종후보는 "지난해 총선때 내가 우리 당의 승리를 위해 의원직을 포기하자 金대통령이 '박찬종, 당신이 남자' 라며 내 손을 꽉 잡았다" 며 金대통령과의 유대를 강조. 부산 =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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