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체제 붕괴된 동유럽 국가 신앙자유 만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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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공산주의의 족쇄에서 벗어난 동유럽국가들이 종교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공산체제 붕괴와 함께 종교의 자유가 완전 허용된데다 자본주의의 무한경쟁.물질만능을 새로 경험하면서 마음의 안식처를 찾고자하는 도피심리까지 겹쳤기 때문이다.신도수가 계속 늘어나자 일부 국가에서는 정부가 종교단체에 예산을 지원할 정도다.

헝가리와 폴란드는 최상의 종교자유를 누리고 있는 대표적 국가다.이들 나라는 공산시절에도 종교가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교회의 신축및 공공장소에서의 포교활동등에 많은 제한이 따랐었다.

헝가리는 현재 전국민의 95%정도가 종교를 갖고 있다.가톨릭이 65%로 가장 높고,이어 신교 25%,정교.불교등 기타 5%등이다.헝가리에선 종교헌장을 만들고 신도 1백만명이상만 모이면 새 종교를 세울 수 있다.이들 종교에는 정부가 예산도 지원한다.지난해 정부는 38개 종교에 모두 78억포린트(약 3백8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폴란드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배출한데서도 잘 알 수 있듯이 전통적인 가톨릭 국가다.과거 공산체제에서도 비교적 종교의 자유를 누려 가톨릭 신도가 전체 인구의 90%에 달했지만 지금은 그 비율이 96%를 넘고 있다.요즘 폴란드에선 어딜 가나 교회 신축품이 한창이다.일부 폴란드 사람들은 불교.도교.힌두교등 동양종교에도 심취하고 있다.

공산시절 종교가 전면 부인됐던 알바니아에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선교사들이 파견돼 활발한 포교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3일 교황이 폴란드 그니에즈노에서 25만명의 신도가 참석한 가운데 집전한 미사에는 알렉산데르 크바스니에프스키 폴란드 대통령을 비롯한 체코.헝가리.리투아니아.슬로바키아.우크라이나등 동유럽 6개국 정상들이 자리를 함께했다.동유럽의 종교 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베를린=한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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