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부분 건드린 실언 문책 - 강인섭 정무수석 해임 이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강인섭(姜仁燮)청와대 정무수석의 전격 해임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의중을 둘러싼 시비의 연장선에서 튀어 나왔다.

그가 이수성(李壽成)후보측을 발끈하게 만든 발언을 한 것은 7일이다.지난 4일 金대통령을 면담했던 서청원(徐淸源)의원등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내 민주계가 李후보를 밀기로 해서 야기된 金대통령 개입시비를 잠재우기 위해 아침부터 기자들을 만났다.

그는“金대통령은 중립인데 徐의원이 잘못이다”고 강조하다가 너무 나갔다.'기자 질문에 세심한 고려없이 열심히 답변해주는 편'인 그는“李후보에 대해 TK정권 연장이라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李후보 진영의 이재오(李在五)의원은“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으로 金대통령의 중립의지를 왜곡했다”고 퇴진을 요구했다.金대통령의 묵시적 지원을 얻기 위해 신경써온 李고문측이 金대통령 의중에 대한 역(逆)시비를 제기한 것이다.

9일 오전까지도 姜수석은“본의가 잘못 전달됐다”면서도 사태가 확대될줄 몰랐다.姜수석은 자신이 이회창(李會昌)지지쪽이라는 일부 관측을 부인해왔다.

그런데 金대통령은 심각하게 받아들였다.'중립'논쟁이 꺼지지 않았는데 姜수석이“굉장히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건드렸다”고 김용태(金瑢泰)비서실장은 설명했다.

金대통령은 공정경선에 영향을 줄만한 언동이라고 파악,무척 화를 냈다는 것이다.오후4시40분쯤 金대통령의 이런 뜻이 전해졌고,姜수석은 사표를 냈다.사실상 문책인 셈이다.다른 관계자는“金대통령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선 보좌진의 말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그러나 청와대 일각에서는 姜수석의 해임이 단순히 문제 발언 때문만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언론을 담당하는 姜수석이“쟁점에 대한 교통정리에 미진하다.설화(舌禍)가 잦다”는 金대통령의 평소 인식이 반영됐다는 것이다.일각에서는 金대통령의 중립을 강조하다 보니까 李후보가 손해본 것을 배려한 측면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姜수석의 퇴진으로“金대통령의 중립의지는 더욱 다져질 것”이라고 청와대는 강조했다. 박보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