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씨 진술태도 일단 부인 증거 대면 발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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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수사기록에 나타난 김현철씨의 조사받는 자세는

모든 혐의사실을 일단 부인하고 시작하는 일반 피의자들과 전혀 다를바 없었다.

'정치적 음해'운운하며 금품수수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다 검찰이 증거를 들이대자 고개를 푹 숙이는가 하면 앞서 시인했던 내용을 뒤에 가선“기억나지 않는다”고 발뺌하는등 자기보호에 급급하기 일쑤였다.대표적인 예가 대동주택 곽인환사장으로부터 10억원을 받은 사실을 시인하는 과정. 金씨는 1차조사에서 郭사장을 아느냐는 검사의 질문에“강상일 청와대 비서관이 사무실로 데리고 와 알기는 하지만 돈받은 사실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金씨는 이어 돈을 줬다는 郭씨와 姜씨의 진술이 확보됐다는 검사의 추궁에“그들이 나를 정치적으로 매장하기 위해 허위진술한 것이 틀림없다”고 펄펄 뛰기까지 했다.

그러나 金씨의 계산된 분노는 채 한시간도 버티지 못했다.

검찰이 대동주택에서 인출한 수표 5억원이 金씨의 차명계좌에 입금된 계좌추적 결과를 제시하자 金씨는“왜 입금됐는지 모르겠다”고 한 발을 뺀 것. 그리고 金씨는 하룻밤만에 郭씨를 만난 시점부터 사과상자속에 5억원을 현찰로 받았던 일까지 조목조목 진술하고 만다.

이에 대해 金씨는 2차조사에서“너무 당황해 기억하지 못했다”고 변명한뒤“예상과 달리 계좌추적까지 완료해 당혹스러웠다는 뜻이냐”는 검찰의 물음에“그렇다고도 볼 수 있겠지요”라며 완전히 꼬리를 내려버렸다.

金씨는 또 이성호씨의 청탁여부를 묻는 질문에 李씨와의 대질을 의식한듯 구속전 조사에선“기억엔 없지만 이성호가 그렇게 이야기했다면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사실상 시인했으나 구속수감후에는“그런 기억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을 바꾸기도 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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