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구에서>5. 경북 영덕군 강구항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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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영덕내 50개 하천물을 동해로 뱉어내는 강구(江口.경북영덕군)항.강구는 밀물.썰물의 통로인 갯골옆에 형성된 서해 포구와 달리 사람이 만든 인공 포구다.

서로 마주보게 양쪽으로 방파제를 쌓아놓은 내항에 정치망.통발.채낚기어선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오전 5시.빨간 모자의 수협직원.파란 모자의 중매인.고기를 사려는 사람들이 어시장에 등장한다.이들은 배들이 들어올 때마다 옮겨다니며 흥정을 한다.

그러나 활기는 예전만 못하다.80년대는 1백명이상이 활어를 사려고 몰려 들었지만 요즘은 40명가량만 모인다.즉석에서 회를 치고 생선을 파는 노점 아낙네도 불경기 탓인지 사겠다는 다짐을 받아야만 값을 알려줄 정도다.

영덕대게를 못잡는 기간(6월1일~10월말)이라 이럴까.이달부터 시작된 수산물 수입개방.강구의 숨통을 죄는 거센 파도가 밀어 닥치고 있다.게다가 사람들은 힘든 바다생활을 피하려 하고 있어 이래저래 포구의 활기는 죽어가고 있다.. 선박 4척을 소유한 강석진(74)씨.그는 올해 시작된 정부의 구조조정사업에 참가,보상가격만 맞으면 배를 내놓을 참이다.선원 구하기가 어렵고 국내시세의 절반값도 안되는 외국수산물과 대항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정치망어선의 한달 월급은 85만~2백50만원이지만 말도 통하지 않는 인도네시아 선원으로 사람을 채워야할 형편이다.오징어잡이 채낚기어선에서 40대후반은 청년취급을 받는다.

강구에도 경제적인 이유로 정작 바다의 주인인 물고기 사정은 살필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이불호청을 가져와 냇가에서 세탁을 한후 그늘가에서 달디단 낮잠을 즐기던 어머니,백사장에서 뛰놀다 서툰 솜씨지만 매운탕거리는 챙겼던 아이들.각종 생활하수로 얼룩진 강구가 놓친 보물들이다.차떼기를 할 정도로 잘 잡혔던 영덕대게도 80년대부터 줄어들기 시작,작년부터 자율보호대상이다.

요즘 강구사람들의 희망은 고기잡이 전문항구에서 먹거리.볼거리가 풍부한 해상관광지로 변신해 보자는 것. 10일 개장돼 40여 점포가 입주한 풍물거리.값싸고 신선한 해산물을 요리할 먹거리장터다.아름다운 숲과 해안도로를 낀 삼사해상공원은 국내 최대'경북대종'설치등 볼거리 만들기가 한창 진행중이다.앞으론 관광객을 어선에 태워 갖잡은 생선을 즉석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도 실시할 예정이다.

영덕대게의 신화를 이어가려는 강구의 새로운 시도들이다. 강구=송명석 기자

<사진설명>

일출을 맞아 밤새 어로작업을 했던 어선들이 불그스름한 아침해를 바라보며 강구항으로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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