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돈 경선.지역주의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신한국당 경선에서 가장 염려했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그동안 대표직 시비.계파엮기 등이 문제로 제기됐으나 그런대로 수습하고 넘어가 비교적 공정한 선거기반이 조성됐다는 평가가 있었다.그러나 전당대회가 가까워 오면서 돈선거시비가 나오고,지역주의가 팽배해지는 등 타락과 저질의 선거운동이 번지고 있다.

신한국당의 대의원수가 1만2천여명 수준으로 결정됐을 때 과거의 경험으로 보아 이 정도 규모면 매수.향응 등으로 표를 모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없지 않았다.그러나 한보사건 뒤끝이고 그 재판이 진행중인 상황에서,더구나 더 이상 돈정치는 안된다는 국민적 합의가 모아진 상황에서 감히 돈선거얘기가 나오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그러나 설마하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조짐을 보면서 우리정치에 대한 환멸을 금할 수 없다.

대의원 한명당 1백만원씩,60억원을 들여 6천명을 매수하면 전당대회가 끝난다는 얘기가 후보 입에서 공개적으로 지적되는가 하면,지구당위원장 포섭에 수억원이 들고,활동비로 위원장마다 수천만원이 내려간다는 얘기가 나온다.실제 민주계의 한 모임이 어떤 후보에게 몇십억원을 요구한 일을 놓고 설전까지 벌어졌다니 돈선거가 풍문만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돈선거는 가장 타락한 형태의 선거운동이다.돈을 뿌리는 행위나 돈을 받는 행위나 똑같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짓이다.무슨 방법으로든 이기고 보자는 후보들의 심리도 문제지만,이에 놀아나는 지구당위원장이나 대의원들의 의식수준도 문제다.

지역주의 역시 큰 문제다.후보들이 공공연하게 합동연설회장 등에서 영남후보 필승론이니,어느 지역 푸대접이니 하며 지역감정에 부채질하고 있다.지금 벌이고 있는 지역합동연설회라는 것이 고작 후보들이 나와 지역감정 부추기기가 고작이라니 앞으로는 지역발언은 아예 금지시키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신한국당 경선이 대의원을 타락시키고,원초적인 감정에만 호소하는 양상으로 번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이러한 분위기를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경선후유증이 우려될 뿐 아니라 대통령선거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누차 강조했듯이 후보들 자신이 타락을 택하기 보다 떨어지기를 각오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며,대의원들 역시 우리가 선거혁명의 전위대라는 사명감을 갖고 임해줄 것을 촉구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