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군함 - 인도 잠수함 일촉즉발 추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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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외국 해적으로부터 자국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소말리아 부근 해협에 파견된 중국 군함과 인도 잠수함이 일촉즉발의 대치상황까지 갔던 것으로 3일 밝혀졌다. 중국과 인도가 군사적 대치까지 한 것은 1962년 국경 문제로 전쟁한 이후 49년 만이다.

3일 중국 청도신보(靑島晨報)의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15일 소말리아와 예멘 사이에 있는 바브 알만데브 해협에서 일어났다.

당시 부근을 항해 중이던 중국 구축함 2척은 수중음파탐지기로 미확인 물체가 해저에서 접근하는 것을 탐지했다. 확인 작업 끝에 중국 함정은 이 물체가 인도 해군 소속의 킬로급 잠수함인 사실을 알아냈다. 전체 70m 길이의 이 잠수함은 20기의 어뢰를 장착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함정은 곧 대(對) 잠수함 헬기를 동원해 추격을 시작했고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잠수함은 전파교란을 시도하며 더 깊은 바닷속으로 잠수해 들어갔다. 30여 분에 걸친 추격전 끝에 잠수함은 중국 함대 포위망에 걸려 들었다. 중국 측의 잇따른 경고에 따라 잠수함은 수면 위로 올라와 모습을 보인 뒤 다시 사라졌다.

이 신문은 잠수함이 계속 도주하자 함장이 헬기에 공중어뢰 발사 준비를 지시했을 정도로 상황이 긴박했다고 전했다.

인도 해군은 지난해 12월 소말리아로 파견된 중국 구축함 2척과 보급함 1척 등 3척이 인도양에 진입하자 잠수함을 동원해 항로 감시와 통신 감청 등 정보 수집 활동을 해 왔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인도 잠수함은 특히 중국 함정의 음파 탐지 기능을 시험하기 위해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중국 해군 관계자는 밝혔다.

앞서 2006년에는 중국 잠수함이 일본 오키나와(沖繩) 주변 해저에서 미국의 항공모함 키티호크호를 미행하다 탐지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중국과 인도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논평을 일절 하지 않고 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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